'합병비율 보고서 작성' 김모 전 안진 회계사 증인신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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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출신 직원들이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합병비율 보고서'를 작성한 과정에 대한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모씨는 2015년 5월 안진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 등을 했다.

증인 "합병비율, 가급적 맞춰 주는 방향으로 진행"

검찰은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이 진행됐고, 이는 곧 '불법 경영권 승계'라고 본다.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수준으로 평가된 것. 합병비율에 이의가 발생할 것을 예상해 "합병비율은 적정하다"는 안진 등 외부기관의 보고서를 받아두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당시 안진 직원들 사이에서도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안좋을 수 있다"며 타 기업 사례를 거론하는 메일이 오갔다. 김씨는 "낮은 주가로 합병했을 때 그쪽 주주분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는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위해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도록 회계사들을 압박했다고 본다. 김씨의 상사 오모씨도 앞선 증인신문에 나와 삼성물산 측이 합병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양사의 합병비율을 맞추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안진 내에서도 인위적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가 이날 "대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최종 결론을 만들자는 말씀"이란 내용의 메일을 제시하자, 변호인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 : (검사의 질문을 끊고)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봅니다.

검사 : (재판부를 향해) 이건 좀 제지해주십시오. 이 질문에서 무슨 전제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재판부가 적절히 판단해야지, 이런 식으로 계속 끼어들어서 저희 '꼴랑' 4시간 (증인신문)하는 거 끊는 게 말이 됩니까?

변호인 : (질문을) 끊어서 좀….

검사 : 그렇게 안할 거라니까요!"

이와 관련해 김씨는, 합병비율의 적절성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진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합병이 가능하게 결론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특히 김씨는 2015년 5월21일 "주가 기준에 맞는 합병 비율을 못 맞추겠다"고 보고했다가 같은 날 밤을 새워 결국 "주가 비율에 부합한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당일 회의에 다녀온 오씨가) '가급적이면 맞춰서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뉘앙스로 말씀해주셨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오씨의 증언처럼 삼성 미래전략실 김모 부장의 요청에 따른 것인가'란 검사의 질문엔 "(직접) 연락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세부 내용은 못 들었고 누가 시켰다는 얘기를 들은 건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 "가치평가 자체가 주관적 판단 여지 많아"… 다음주 본격 반대신문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두 회사의 합병 자체는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경영상 필요한 결정이었을 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안진의 최종 보고서 역시 회계 전문가들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결론이고, 삼성 측의 압력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에 대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은 다음 공판기일부터 본격화된다. 이날 변호인은 "증인이 가치평가에 대해 어떤 경험이나 인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간이 많지 않아 구체적인 평가과정상 일은 다음 기일에 묻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도 "가치평가 자체가 주관적인 판단의 여지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변호인은 국내 모 교수의 이론서를 제시하며 "평가자나 자료제공자에 따라 시장과 요소를 바라보는 견해가 다르고, 완전하고도 객관적이며 유일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의) A 교수도 가치평가를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은 편향이 반영돼 주관적인 판단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김씨도 '평가 방법과 가정, 자료, 평가주체 등에 따라 추정금액이 다르게 산정되는지' 묻는 변호인에게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회계사가 산정한 금액 등이 옳고 다른 회계사의 것은 절대 틀리다고 접근할 문제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이론서 상으로는 그렇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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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검찰은 "상당 시간에 걸쳐 보기에 따라서는 증인에게 변호인 측 논리를 미리 주입시켜 증인을 위축하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세심히 신경써달라"고 강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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