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추경진씨 동행기
비장애인보다 20분 더 걸리는 퇴근길…연신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지하철과 역 사이 간격 넓어 항상 긴장

추경진씨가 14일 오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

추경진씨가 14일 오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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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만난 추경진씨(남·55)는 오후 3시부터 퇴근길에 올랐다. 조금만 늦게 퇴근하면 사람이 너무 많아 지하철을 계속 보내야만 해서다.


추씨는 1998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움직이질 못한다. 두 팔도 전동휠체어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만 쓸 수 있다. 추씨는 "비장애인일 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며 "저상버스 등 다른 이동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사람이 많이 탔을 경우 버스를 계속 보내야 해 추운 겨울엔 기다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5호선 여의도에서 집근처 4호선 길음역에 도착하는데 1시간10분이 걸렸다. 비장애인보다 20분이 더 소요된 셈이다. 동작역에서 환승하면 좀더 빠르지만 엘리베이터까지 거리가 멀고 사람이 많아 불편하다. 다소 오래 걸리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갈아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지하철 역내와 전동차 안에서 그는 항시 긴장한다. 사람들과 부딪힐 것 같으면 연신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소심한 성격이고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사람들에게 말 걸기 어렵다"며 "하지만 사람들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추경진씨. 사람이 많은 날엔 10분 넘게 기다린다고 한다. 이날도 엘리베이터를 두 번 보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추경진씨. 사람이 많은 날엔 10분 넘게 기다린다고 한다. 이날도 엘리베이터를 두 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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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올라타려면 그는 뒤로 갔다가 힘껏 움직여야 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지하철과 역 사이 홈이 넓어서 바퀴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씨는 "몸이 덜컹거리면서 허리에 충격이 가지만 바퀴가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며 "예전부터 조치를 취해달라고 서울시에 얘기했지만 번번이 예산이 없다고만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6일째 출근시간대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열고 있다. 16일 오전에도 5호선과 4호선에서 전동차에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이동권 시위를 벌였다. 추씨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잘 안다. 시위를 테러범에 비유하는 악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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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씨는 "시위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이 커진 것을 알고 장애인들도 눈치 보이고 미안하다"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한 시간도 들어주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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