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러 가스 공급 체결의 기시감…정세 불안하면 만나는 중ㆍ러 정상
중ㆍ러 공동성명 통해 미국, 나토, 우크라이나, 일본에 경고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후 양국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중국과 러시아의 국제 관계 및 신시대 글로벌 지속 가능발전)를 발표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중국과 연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발표를 인용,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연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또 CNPC는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로부터 10년간 1억t의 원유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후 중ㆍ러 양국이 모두 15개 문서에 서명했으며 이 중 3개 문서가 에너지 관련 협정이라고 덧붙였다.

중ㆍ러 양국 협정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러시아를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3월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2개의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통행료를 놓고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중국 천연가스 공급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엔 공포나 다름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 시절인 2009년에도 중국을 방문, 중국과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모두 55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실제 2014년 양국은 연 38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계약(4억 달러)을 맺었다. 지난 4일 체결된 계약까지 합치면 러시아가 중국에 판매한 천연가스 규모는 연 480억㎥에 달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의 군사력 만큼이나 두려운 문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55%에 달하는 독일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ㆍ기후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우리는 다음 겨울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며 "다른 수입 경로를 만들어 공급선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글로벌 타임스 캡처

사진=글로벌 타임스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러시아의 중국 천연가스 공급 확대 계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여 우크라이나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을 중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의 이번 방중 목적은 오롯이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박이다.


여기서 중국의 역할은 러시아의 자금줄이다.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을 메꿔주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무기화는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기'다. 우선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실제 정상회담 후 양국 에너지 협력에 대해 "중국은 2030년 이전에 탄소 정점을 찍고, 오는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며 "중ㆍ러 관계라는 특급열차는 멈춤 없이 지속적으로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ㆍ러 공동성명의 핵심은 역시 미ㆍ중 갈등이다. 중국은 공동성명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 대부분을 담았다. 내정간섭(신장위구르 및 홍콩 등) 및 대만 분리(독립) 문제, 오커스(미국ㆍ영국ㆍ호주 안보동맹) 등 미국 주도 동맹 확대, 인도ㆍ태평양 세력 확대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 카드에 대한 불만과 경고가 고스란히 담겼다.


공동성명에는 일본도 포함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간 미국에 붙어 깐족거린 일본에 대한 못마땅함을 고스란히 공동성명에 실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기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AD

미국 등 서구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과 러시아는 말 그대로 밉상이다. 반미를 연결고리로 또다시 의기 투합한 중국과 러시아가 총구 방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 정세가 더욱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