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호일시해제 권고
이름만 보호소, 실제론 교도소
시민사회 법 개정 운동

지난 23일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외국인 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공대위]

지난 23일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외국인 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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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고도 새해를 구금된 채 맞이하게 됐다. 시민사회는 사실상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출입국관리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혹행위 피해자 A씨를 돕고 있는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3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호일시해제’를 권고했음에도 아직 A씨는 보호소에 구금돼 있다"며 "법무부에서는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로코 국적의 A씨는 2017년 10월 난민신청을 위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자 자격으로 체류 중이었다. 그는 체류기간 연장을 놓친 상태에서 체불임금 청구를 했다가 사업체의 보복성 신고로 올해 3월 강제퇴거명령을 받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됐다. 그러나 5~7월 5차례에 걸쳐 ‘새우꺾기’와 독방 구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일 이 같은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인권위 또한 외국인보호소의 반복적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이달 13일 A씨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일시해제 조치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보름 넘도록 A씨는 여전히 구금된 상태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쇠약한 상태"라며 "가혹행위를 자행한 직원들을 볼 때마다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는 A씨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일시해제와 함께 외국인을 무기한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400여개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28일부터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1만명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들이 가장 문제로 보는 조항은 외국인을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하도록 한 제63조 1항이다.


공대위는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는 교도소와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난민신청을 하거나 임금체불 등 돌아가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은 계속 구금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는 이란 출신 B씨가 보호소에 구금된 지 1년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B씨는 사망 전 3개월 동안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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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잇단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구금 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아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만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외국인 67명도 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인정한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까지 강제퇴거명령 이후 가둬져 있고, 청소년도 구금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본적인 것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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