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무원, 국가 안보 지키기 위한 구상과 실천 계획 백서에 담아
중국, 美 견제에 보복 카드로 활용 가능성 커…韓 미ㆍ중 갈등 희생양 우려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자원 무기화가 글로벌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국무원이 '수출 규제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 당국이 수출 규제 관련 백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해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원자재가 1850개에 달하는 한국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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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전날 세계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국가 안보 및 글로벌 안보를 지키기 위한 중국의 구상과 실천 계획이 담긴 수출 규제 백서를 발표했다. 9000여자 분량의 백서는 수출 규제에 관한 중국의 기본 입장과 수출 규제 법률 제도 및 관리 체계 개선, 수출 규제 체계의 지속적인 현대화, 적극적인 국제 교류 및 협력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백서는 지난해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한 '수출관리법'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백서는 쿼드(QUAD), 오커스(AUKUS)에 이어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이 중국 견제 구도를 구체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실제 중국 당국은 백서를 통해 글로벌 안보 체계와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중국은 법적 제도 수립을 통해 수출 규제 질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연대를 통해 무역과 공급망 등 중국 경제를 압박할 경우 수출 규제를 맞대응 카드로 쓰겠다는 의미다. 또 경우에 따라 보복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중국 당국은 수출 규제의 정의에 대해 국가 안보, 군수품, 원자력(핵),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 국제적 의미 수행과 관련된 상품과 기술, 서비스에 대한 수출 금지 또는 제한하는 조치라고 규정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 측은 백서 작성 배경에 대해 "거짓 날조된 말로 개발도상국(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 권력을 이용, 정상적인 무역 및 시장 거래에 개입하는 등 중국에 대한 반복적인 제재와 규제가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백서가 사실상 미국 등 서방 진영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선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한국이 자칫 미ㆍ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서는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원자재, 원료, 물질 등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높은 품목은 모두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희토류가 첫 규제 품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표면적으론 희토류 포함해 주요 전략물자, 원자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자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취한 미국 등에 보복 근거를 법제화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언제든 수출규제 위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규제 백서' 공개…수출 통제 명분화 원본보기 아이콘


희토류 등 핵심 물질 수출 규제할 수도

중국은 그간 미국의 자국 기업 및 외교 당국자에 대한 제재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상징적인 조치만 취했다. 희토류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핵심 물질에 대한 수출 규제 시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이번 백서 발간은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치열했던 냉전시대(미국ㆍ소련)에도 불문율은 존재했다. 에너지와 먹거리는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 자국민의 삶과 관련된 것은 미국과 소련 양측 모두 침범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백서에서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희토류 등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물질과 원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첨단 산업에 필요한 물질이나 원료는 먹거리나 다름없는 분야다.


베이징 일각에선 이번 백서는 미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 넘어서는 안될 선이 존재하며 그 선을 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궈샤오빙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백서 발간과 관련해 "중국의 수출 통제는 안보 위협을 줄이고, 갈등을 예방하며, 미ㆍ중간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쑹웨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원 연구원은 "백서 발간으로 수출관리 및 규제에 대한 법체계가 완성됐다"면서 "중국은 중국의 국익과 이익을 수호하는 더 강력한 옵션을 가지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수출 규제 백서는 앞으로 중국의 수출 통제 체계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여오는 美에 中 '수출 통제' 카드

미국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에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도전할 잠재력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이후 4개국(미국ㆍ인도ㆍ오스트레일리아ㆍ일본)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정상급을 격상하며 중국을 견제했다. 이어 3개국(미국ㆍ영국ㆍ오스트레일리아) 동맹체인 '오커스'를 출범시켰다. 기존 파이브 아이즈(미국ㆍ영국ㆍ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합치면 중국 견제를 위해 군사 전력적 동맹체만 4개에 달한다.


미국은 여기에 경제 동맹체인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까지 구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체를 언급한 바 있다. IPEF는 무역과 공급망, 디지털경제, 탈탄소, 인프라 협력 등 폭넓은 분야에서 공동의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PEF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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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체에 이어 경제 동맹체 등장은 중국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반발 내지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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