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시간 두고 건설된 신도시 초기 혼란 지나면 매력적 존재
다시 10년 후엔 장점 잃어가…한꺼번에 짓고 늙어가는게 문제
강남처럼 지속적 변화 적응해야, 적절한 토지 공간 확보가 관건
지난 30년간 많은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90년대부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신도시 건설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 건설된 신도시는 경남 창원, 경기 반월(지금의 안산)로서 공장과 주거가 잘 조화되는 ‘전원공업도시’를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건설과정에서 기반시설 구축에 너무나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비해 토지판매 등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80년대 초반 상계동, 목동 등의 대규모 신시가지 건설에 성공하면서 개별 필지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대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으로 주택 및 도시건설의 방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으로 인한 경기회복은 주택수요의 폭발을 가져왔다.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하에 기존에 추진되던 택지개발지구를 확대하여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이 당시 최초의 구상은 주택을 위주로 한 베드타운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자동차의 보급은 도로교통의 극심한 정체를 가져왔다.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건설 계획이 최초로 발표된 이후 교통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도로 확충과 더불어 도시내 자족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계획방향은 변화하였다. 1970년대와 유사한 개념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장 다른 점은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이 아닌 사무실 등의 업무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이 신도시계획에 영향을 준 것이다.
신도시는 잘 계획된 도시로서 기존 도시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다양한 생활편의 및 시설 등을 갖춤으로서 삶의 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화와 더불어 급속하게 팽창해가는 도시가 공급하지 못했던 녹지, 공원 그리고 안전한 인도와 충분한 학교용지 등은 신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든 요인이었다. 조성 이후 30년이 되어가는 1기 신도시들을 돌아보면 주택들은 낡아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원과 녹지 체계는 더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는 혁신적인 개념과 과감한 접근을 통해 시대적 요구를 대폭적으로 수용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매력도는 낮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신도시에 밀려 위축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의 강남권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고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강남의 반격이라고 표현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주로 언급되는 요인들은 교육, 직장이다. 검증된 좋은 학교들과 풍부한 사교육 시설, 그리고 많은 직장의 존재가 강남에 대한 재인식을 가져왔다는 논리이다. 일면 타당하지만 사실 강남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신도시는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도면에 용도가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 각 용도에 들어와야 할 대상은 명확하고, 빈 공간 없이 빠르게 채워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신도시 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상업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이 매각되지 않고 있으면 계획 및 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큰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이러한 토지들은 용도를 전환하거나 필지를 분할하여 매각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도시는 건물들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건설된 신도시는 도시 조성 초기의 혼란이 지나가면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만 다시 10년 정도를 지나면 늙어가면서 매력을 잃어가게 된다. 한꺼번에 만들어지고 한꺼번에 늙어가는 존재가 신도시인 것이다.
이에 비해 강남이라는 공간은 지속적인 변화에 적응하면서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빼곡하게 아파트만 들어서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강남을 걷다 보면 의외로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된 지역은 특정 구역을 빼고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조성시 택지개발과 개별필지의 분양을 통한 단독주택 건설이 위주였기 때문에 아파트는 특별한 아파트지구 등을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강남지역은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건물과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도시의 공간은 수평적으로는 여유토지가, 수직적으로는 용적률이라는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한정된 이런 자원을 어떻게 아껴가면서 효율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한데 신도시와 강북의 재개발 등은 한꺼번에 잠재력을 쏟아부었다면 강남은 이를 적절히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든 강남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단순한 교통·교육시설의 격차뿐만 아닌 이런 근본적인 요인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신도시가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남겨놓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도 유보지가 일부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필지의 형태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개발이 진행되는 구역에서 적절한 면적의 토지를 확보해놓는 것이 관건이다. 빈땅으로 내버려 두기보다는 간단한 수준의 체육시설 또는 1년생 초화류를 위주로 한 시설물을 최소화한 공간으로 조성해놓고 활용하다 필요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당장의 용적률에 맞춰 각종 기반시설을 갖추기 보다는 미래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 것도 중요하다. 조선 회화에는 여백의 미가 핵심이라고 하듯이 우리의 도시계획도 충분한 공간과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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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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