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외국 소송서류 본인 아닌 배우자에 전달됐어도 국내 강제집행 가능"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외국 법원의 소송 서류를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 '보충송달' 방식으로 전했더라도 그 판결을 우리나라에서 집행하는 데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3일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한국계 뉴질랜드인 부부 A·B씨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NZ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부부는 1993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부동산 사업을 하다 2010년 귀국했다. 3년이 지나 ANZ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 'A씨 부부와 업체 계열사로부터 담보를 제공받고 대출을 해줬는데 채무자·보증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A씨 부부는 서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ANZ는 소송 서류 등의 해외송달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외교 경로로 소송 서류를 받아서 부부에게 송달을 시도했다. 그런데 부부의 주소지가 서로 달라 문제가 생겼다. 남편의 주소지인 서초구 아파트에선 '수취인 미거주'를 이유로 송달이 되지 않았고 서류상으로 부인이 사는 강남구 아파트에선 부인 대신 남편이 우편물을 받았다.
뉴질랜드 법원은 이들 부부가 소송 서류를 적법하게 송달받았다고 보고 원고 ANZ의 승소로 판결하면서 A씨 부부에게 833만6000뉴질랜드달러(약 67억4000만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ANZ가 배상금 집행을 청구했고 우리 법원이 2014년부터 재판을 진행했다. 부인 B씨는 재판에서 외국 재판의 승인 여부를 규정하는 민사소송법 제217조를 근거로 집달관이 소송 서류를 전한 방식이 '적법한 송달'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자신의 앞으로 소송 서류가 송달될 당시 전북 군산에 거소 등록을 하고 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소송 서류가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간의 대법원이 보충송달을 '통상의 송달' 방법이 아니라고 본 전례가 있어 이 재판은 3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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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에서 "보충송달을 적법한 송달 방식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만을 제외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문리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종전의 판례를 모두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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