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놈아" 중년 배우, 술 취해 택시기사에 욕설 퍼부어
택시기사 74% 폭행·폭언 경험에 정신적 고통 시달려
서울시 "격벽 설치 의무화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

중년배우 A씨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택시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중년배우 A씨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택시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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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중년 배우 A씨가 최근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택시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택시기사를 향한 '갑질 행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사들은 승객으로부터 폭행당하거나 폭언을 들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YTN 보도에 따르면, 데뷔 40년 차 배우인 A씨는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술을 마신 뒤 일행 두 명과 택시에 탑승했다. A씨는 택시 안에서 지인과 통화를 하는 도중 마스크를 내렸고, 택시기사 B씨는 "마스크 좀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뭐?"라고 말하더니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시 택시 내부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B씨를 향해 삿대질하며 "XX놈아", "네가 말을 좋게 하라고, 손님한테 XXX 하네" 등 폭언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지 B씨를 때릴 듯 주먹을 치켜들기도 했다. 함께 탄 일행이 가까스로 A씨를 제지했고, A씨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먼저 택시에서 내렸다.

B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은 욕을 하지 않고, 또 욕을 하더라도 한두 번 하고 말지, 이렇게 한 10여분 동안 귀가 따갑도록 욕설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A씨의 욕설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사진=연합뉴스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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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를 향한 승객의 욕설·폭행 등 갑질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도 2020 도쿄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신재환이 만취 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해 검찰에 넘겨진 사건이 있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신재환은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도시철도 1호선 반석역 인근에 정차한 택시에 탄 뒤, 목적지를 묻는 기사를 다짜고짜 폭행했다. 피해 기사는 신재환의 폭행으로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귀갓길에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가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우자 욕설을 하며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 서울시가 택시운수종사자(개인 500명, 법인 91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74%가 승객의 폭행·폭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택시 및 버스기사 등 운전자 폭행 사건은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2425건 △2019년 2587건 △2020년 2894건으로, 지난해 기준 하루 약 8건의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 택시에 설치된 보호격벽.사진=연합뉴스

한 택시에 설치된 보호격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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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서울시는 지난 9월 택시 내부에 신고시스템을 구축하고, 보호 격벽 설치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시는 또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규 차량에 한해 택시 표시등 장착 시 경보음을 추가로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격벽은 운전석과 승객이 앉는 뒷좌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택시기사들을 향한 폭행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다만 일부 택시기사들은 장기간 차량 운행 시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격벽 설치를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승객의 욕설이나 폭행에 의한 안전사고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격벽 설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5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온종일 격벽이 설치된 택시를 타면 답답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야간에 주취자 승객을 태웠을 땐 불안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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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택시 차량 내부 격벽 설치 의무화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올해는 법인, 개인택시 500대에 격벽 설치하는 것을 계획했었고 현재 총 493대에 장착됐다"며 "격벽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야 가능하다. 소관은 국토교통부인데, 시는 예산이 확보되면 격벽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며, 의무화하는 부분도 계속해서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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