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제조업 혁신 위해 '투포원룰' 도입 필요"
美, 투포원룰 도입 후 1개 신설규제 당 7.6개 기존 규제 철폐…英도 큰 효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내 산업계가 차기 정부에 ‘투 포 원 룰(2-for-1-rules)’ 등 획기적인 규제혁파안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선진경제권에 포함되는 각 국이 제조업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국내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에 사활을 걸면서 우리 제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제조업을 옥죄는 대외적 요소는 코로나19, 미·중무역분쟁과 이에 따른 공급망 대란, 선진경제권의 제조업 재육성,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 등이다. 대부분 개별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이다. 실제 코로나19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고 있고, 국경폐쇄나 영업제한,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의 사태가 상시화 되고 있다. 미·중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소재·장비·부품난도 최근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올 한해 전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수급난이 대표적이다.
대내여건 역시 마땅치 않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한국은 연구개발(R&D) 혁신역량이 높은 점은 장점이나 더딘 생산성 증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소득·구매력 양극화 등의 문제가 상존한다"면서 "특히 정규 규제분야의 경우 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낙후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 사이 선진경제권에 포함되는 각 국은 제조업 혁신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KIAF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제조업 부활’ 기조에 따른 법인세율 인하, 규제개혁 등 기업의 경영여건이 대폭 개선되면서 투자가 쏠리고 있다. 실제 국내 미국향 해외직접투자(ODI) 액수는 2017년 11억2000만달러에서 2019년 39억1000만달러로 늘었다.
반면 국내의 각종 기업규제는 현상유지는 커녕 폭증하고 있는 수준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의원발의 규제법안은 3950건으로 직전 정부(1313건) 대비 200.8%나 늘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신설·강화된 규제는 전년 대비 55.0% 늘어난 1510건으로, 특히 이 중 96.4%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면제받았고 83.8%는 시행령 이하의 법령으로 규정됐다.
이는 제조업 리쇼어링을 목표로 규제철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쟁국과도 대비된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도입한 투 포 원 룰로 도입 이후 3년(2017년~2019년) 간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7.6개를 폐지하는 성과를 냈고, 최근 3년간 규제비용도 연평균 149억달러(약 17조7000억원)을 절감했다.
영국은 지난 2005년 규제해소를 위해 1개 신규 규제 도입시 그에 상응하는 비용가치를 지닌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원 인 원 아 웃 룰(1-in-1-out rules)’을 도입했고, 이후 이를 2~3배로 확대하는 ‘원 인 쓰리 아웃룰(1-in-3-out rules)’로 대체했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원 인 쓰리 아웃룰을 도입한 뒤 영국기업들은 2017년까지 66억파운드(약 10조4000억원)에 이르는 규제부담을 덜었다.
국내에서도 규제완화를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신산업 규제완화를 위해 도입한 ‘네거티브 규제심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대통령주재회의 상정시 ‘원칙 폐지, 예외존치’의 방식으로 규제애로 사항을 해소했다. 당시 발굴된 157개 규제 중 각 부처의 계획(7개)을 훌쩍 뛰어넘은 150개 규제를 철폐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임기말 1회 시행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산업계에선 차기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사안은 모두 허용하는 규제방식)로 기존 규제완화 및 해소에 나서는 한편, 영미식의 규제해소책을 적극 도입해 국내 제조업 혁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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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최소한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업 대비 유리하지는 않더라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차기정부에선 미국식 투 포 원 룰 등을 입법화 해 기업의 혁신성과 창의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최악의 규제는 창의성과 성취동기를 억압하는 진입규제인 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단속 기능을 제고하는 한편 생계형 적합업종이나 개별법에 의한 진입규제는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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