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 도착한 재택치료키트…시설 입소 전 격리기간 끝나기도
대상자 2만5846명으로 증가
담당 의료진도 고충 호소
확진자 아닌 밀접접촉자 더 열악
쪽방촌·고시원 상황도 심각
병상 부족으로 대부분 대기중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이춘희 기자, 이정윤 기자] "월요일 격리를 시작했는데 재택치료키트가 사흘 뒤에 도착했어요."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40대 양모씨는 최근 6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달 초 재택치료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재택치료자는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체온계가 담긴 키트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우편으로 배송받아야 하지만 이미 격리를 시작한 상태에서도 키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일단 집에 있는 체온계로 해결했다"며 "아이가 무증상이라 다행이지만 상태가 악화될 경우 대처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확진자가 아닌 밀접접촉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직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김모씨는 "자가격리 시작 5일 후에 담당 공무원과 겨우 통화가 됐다. 동거가족이 있어 궁금한 사항이 많았지만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했다"며 "자가격리키트는 격리 6일째 받았는데 재택치료자가 너무 많아 대응이 늦어졌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재택치료 2만5846명으로 늘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유행이 거세지면서 재택치료를 받는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2만5846명에 달했다. 재택치료 대상자는 이달 1일 1만174명으로 1만명을 넘어섰지만 역대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최근 일주일 새 하루 1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일시에 급증하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보건소·지자체 인력과 재택치료 담당 의료진도 고충을 호소되고 있다. 김정은 서울 서남병원 간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하루 두 번 격리자에게 전화해 산소포화도와 체온 등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재택치료키트를 못 받았다고 하는 대상자가 절반가량이나 된다"며 "전화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데다 귀가 어둡거나 키트 사용법을 모르는 고령층은 다른 동거가족이 없으면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확진자와 미확진 동거인이 함께 격리를 하는 경우는 동반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박씨는 "화장실을 분리해 사용하고 각방을 써야 한다는데 아이가 5살로 어려 목욕 등 엄마 손이 많이 간다"면서 "아이가 어릴 경우 감염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으로 격리중인 박씨는 "1인당 1개씩 즉석밥·카레·김 등이 들어있는 구호물품을 준다는데 이 연락을 격리 5일 후 받았다"면서 "당장 먹을 것을 사러갈 수 없어 쿠팡 등 온라인을 통해 먹을 것을 주문한 터라 가구당 10만원 현금지원을 받기로 했는데 입금도 한달 후 가능하다고 한다"고 알렸다.
◆"두렵다" 방역사각 지대= 쪽방촌·고시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밀집구조로 주거환경상 재택치료가 불가한 취약시설로 모두 입원·입소 대상이지만 현재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라 대기중인 경우가 많다. 시설 입소를 기다리다 병상이 없어 확진자 관리기간이 끝나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등포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에 5~6명 정도가 확진 후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며 "쪽방촌이 워낙 다닥다닥 붙은 형태라 별도공간으로 보고 이전에는 근처 공간 거주인은 음성이더라도 입소를 시켰지만 최근 재택치료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아예 입소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병상배정반에 지속적으로 승인을 요청하고 있지만 수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생활치료센터 등에 입소시키려 하지만 워낙 대기자가 밀려있어 재택치료에 준하는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요양병원도 확진자 발생에 따른 간병인 이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은 와상환자가 상당수고,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거나 석션 제공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일이 고되다 보니 간호인력·간병인 이탈이 많고 기존 의료인이 간병 서비스까지 같이 해야 해 지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방역물품이나 재정적 지원도 전무해 병원 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확진자 발생 요양병원은 병실 하나를 폐쇄하고 비닐 등으로 공기 안들어오도록 막으면서 간간이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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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애 서울시 코로나19 대응지원과장은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병상확충에 나섰지만 병상을 확대하더라도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까지 충원하고 시설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상태까지 시간이 지연되면서 병상부족을 더욱 체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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