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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꿈도 못 꾸죠" 팍팍한 청춘…출산율 '70개월째' 내리막길

최종수정 2021.11.25 15:19 기사입력 2021.1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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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수, 혼인 건수 모두 역대 최저치 기록
미혼 청년층 약 90% "혼인은 선택" 응답
질 낮은 일자리, 높은 부채…청년층 생활고 지속
"가족 부양 자신 없다" 결혼 관심 멀어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신생아 수는 70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진은 텅 비어있는 한 병원 산부인과 모습.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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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올해 9월 출생, 혼인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인구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가족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석학은 "우리나라는 애초 애를 키울 환경이 아니다"라며 일갈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는 불황이 심각한 저출산을 동반할 수 있다며, 국내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경기가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신생아 수, 무려 70개월 연속 감소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출생아 수는 21920명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감소했다. 국내 출생아 수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무려 7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의 신생아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혼인 건수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혼인 건수는 1만4720건으로 전년 대비 10.4% 줄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결혼식도 제한됐던 시기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청년들의 혼인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 중 상당수는 출산은 물론 결혼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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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청년 중 상당수는 결혼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30 청년층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응답자 중 약 90%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힌 응답자도 남성의 약 18%, 여성의 경우는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혼인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이유는 경제,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청년층은 결혼이 꺼려지는 이유로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부담", "혼자 사는 게 편안해서", "가부장제 등 사회적 불평등" 등을 꼽았다.


팍팍한 청년 삶…가족 계획 꿈도 못 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청년들에게 가중된 생활고가 고령화·저출산 사회를 악화한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고용 관련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 위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신호가 뚜렷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8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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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또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국내 고용 환경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KBS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청년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면서도 "양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청년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소득이 불안정하니 대출에 의존하는 청년층도 늘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LTI) 상승률은 약 2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버는 돈에 비해 빚 부담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먹을 게 없고 숨을 곳 없어…저출산 현상 지극히 당연"


청년 직장인들은 지금의 소득 수준으로는 '가족 계획'은 꿈조차 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마케팅 업계에서 근무하는 20대 직장인 A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입장에서 결혼은 꿈도 못 꾸는 이야기"라며 "또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 해도, 주택 사고 대출금 갚고 하다 보면 빠듯한 삶은 계속되지 않겠나. 아이를 낳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대한민국 저출산 현상은 생물학자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채널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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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B씨(29)는 "직업 특성상 언제 돈이 들어오고 나갈지 몰라 가족을 부양할 자신이 없다"라며 "또래 프리랜서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차라리 혼자 맘 편히 살겠다고 하지,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못 봤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국내 석학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현 세태를 성토하기도 했다.


세계적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주변에 먹을 게 없고 숨을 곳이 없으면, 번식하는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며 "지금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생물학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라고 일갈했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마땅한 주거 수단도 없다 보니, 혼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의 2030 세대 모습을 동물의 생태에 비유한 것이다.


최 교수는 다만 "상황만 좋아지면 출산을 하게 되어있다"라며 "이 나라에 아이만 낳으면 아이가 너무 잘 크고, 우리는 부모로서 그 잘 크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바뀔 수 있다"라고 청년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전문가는 경제 불황과 맞물리면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와 혼인·출산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베이비붐이 일어났듯이, 반대로 불황에는 신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합계출산율이 0.8명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라며 "그만큼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커 혼인, 출산도 미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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