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떻게 사용해요?"…일상 스며든 키오스크에 서러운 중노년층
패스트푸드점에서 영화관, 생활용품점까지…키오스크 활성화
"뒤에 줄 서있으면 초조해"…키오스크 이용 어려움 토로하는 중노년층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우리는 이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직원들이 도와줘야 쓸 수 있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종업원이 없는 '무인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키오스크(무인 주문 단말기)는 패스트푸드점 등 일부 업종에서만 활용됐다. 그러나 이제는 동네 식당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추세로 확산 중이다.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주문·결제 등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가게 입장에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형 주문 방식에 익숙한 중노년층은 이 같은 시스템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7일 서울 양천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70대 고객 A씨는 키오스크 앞을 서성이다 결국 주변에 있던 직원을 불러 결제를 부탁했다.
A씨는 "기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잘 몰라서 직원한테 도움을 구했다"라며 "마트를 자주 오긴 하는데 작동법이 어려워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보통 직원한테 직접 가서 결제한다. 우리는 기계에 쓰여 있는 글자도 잘 안 보인다"고 푸념했다.
생활용품점에서 만난 60대 김모씨 또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김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키오스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근래 부쩍 많이 생긴 것 같다"라며 "기계마다 결제순서나 방식 같은 게 달라서 어렵다. 어느 가게는 카드 먼저 꽂아야 하고 어느 가게는 바코드부터 찍어야 한다. 기계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지만,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하면 초조해져서 결국 직원을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무인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노년층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2016년까지 25억달러(약 2조9622억원) 수준이었던 키오스크 시장이 2022년 46억달러(약 5조4523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발권기를 통해 영화표를 발권한 50대 주부 이모씨는 "키오스크 사용을 몇 번 하다 보면 나름대로 익숙해져서 쉽다. 하지만 지인 중에서도 사용을 못 하는 이들이 많다"라며 "지인들과 카페를 갔을 때 보통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제가 대표해서 주문하거나 직원을 통해 주문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중노년층의 어려움은 관련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6%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5%) ▲뒷사람 눈치가 보임(49%)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을 꼽았다.
올초 트위터에서도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어머니의 사연이 1만회 넘게 공유되면서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집에 돌아왔다"며 "(엄마가) 말하다가 '엄마 이제 끝났다'며 울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영문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바꾸고 주문단계를 간소화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장에서 또한 키오스크 업무를 도와주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거나 호출용 벨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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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꾸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정보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고령 소비자들도 키오스크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이들을 상대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고령 소비자들을 교육하고, 이들에게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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