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놓은 대형견에 물려 심각한 부상…견주 "보상 못해"
국내서 하루 6명씩 개에 물려…5년간 개 물림 사고 1만 1152건 발생
전문가 "견주의 각별한 주의 필요"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에게 발목을 물어 뜯긴 안 씨의 발목 상태. 사진=안 씨 블로그 화면 캡처.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에게 발목을 물어 뜯긴 안 씨의 발목 상태. 사진=안 씨 블로그 화면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반려견 놀이터에서 30대 여성이 목줄을 안 한 대형견에 물려 발목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가해 견주는 "피해를 보상할 능력이 없다"고 버텨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에게 물려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으나, 일부 견주들은 여전히 반려견에게 입마개나 목줄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아 비판받고 있다. 전문가는 개 물림 사고 방지를 위해 견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 개 물림 사고 피해자인 안모씨(39)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 9월30일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 놀이터로 입장하던 중 목줄 없이 돌아다니던 대형견에 다리를 물렸다. 안 씨는 발목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봉합수술을 받았고, 그의 반려견도 부상을 입었다.


해당 반려견 놀이터는 개 주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오프리쉬(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씨는 놀이터로 입장하기도 전에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씨는 "사고 당시 견주가 '개를 너무 사랑해서 일부러 풀어뒀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치료비와 손해배상을 하겠다던 견주가 합의금 얘기가 나오자 태도가 돌변해 알아서 하라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초생활수급으로 개 5마리를 데리고 사는 형편이라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최근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들에게 물려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건수는 1만1152건으로, 매해 2000건 이상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6건이 넘는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다.


문제는 개 물림 사고가 심각한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는 경기 남양주시 한 야산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8월에는 경남 사천에서 한 중년 여성이 진돗개에 팔과 다리 등을 물어 뜯겨 긴급 수술을 받은 사례가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견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났을 때, 견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며 "실외에서는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개를 무서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게시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시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도 청원인은 "얼마 전 어머니가 개 물림 사고로 생사를 오가며 병원 생활을 하시다가 퇴원했는데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이 심하게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견주에 대한 처벌 및 보상제도가 너무 터무니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의 생사가 오갔던 일인데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도 너무 낮고 벌금도 너무 낮다. 꼭 사람이 죽고 이슈가 되어야만 법안이 개정되는 거냐"라며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시켜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착용 의무 대상 견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이다.


다만 맹견이 아니더라도 현행 동물보호법상 3개월령 이상 반려견은 외출시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상 견주가 목줄 착용 등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다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사람이 숨지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개 물림 사고에 대해 더욱 무겁게 처벌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개가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견주는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벌금에 처한다. 또 미국 대다수 주는 개 물림법을 제정해 사고를 일으킨 보호자와 개에 대한 처벌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두 번 이상 개 물림 사고를 일으킨 개의 안락사가 가능하다. 프랑스에도 위험한 개를 안락사시킬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있다.


전문가는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견주들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 물림 사고는 길거리 등 장소를 불문하고 잇달아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견주들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D

이어 "처벌 강화가 능사만은 아니다. 내가 기르는 소중한 반려견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며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등이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