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은행권 사모펀드 시장

'실추된 신뢰에 겹겹 규제까지' 은행 사모펀드 판매 비중 3% 붕괴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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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송승섭 기자]은행권 사모펀드 판매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고객 신뢰가 실추된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판매 환경이 녹록지 않아져서다.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7월 29조원을 넘었던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현재 1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판매액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뚜렷한 묘책도 없어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는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 사모펀드 판매비중 ‘최저’…3%대 붕괴 임박=1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매월 감소세를 이어가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말 기준 16조3167억원으로 판매비중은 3.42%에 그쳤다. 같은기간 증권업계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409조7869억원으로 85.83%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비중은 2018년 8%대를 기록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6%대로 떨어졌다. 올해 4월에는 처음으로 3%대까지 추락했다. 이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조만간 3%대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관측이다.


사모펀드 계좌수는 은행·증권 간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9월 말 사모펀드 계좌 수와 그 비중은 은행 1만2000좌(13.19%), 증권 7만7000좌(84.62%)로 증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8년 초만 하더라도 은행 6만4000좌(53.33%), 증권 5만5000좌(45.83%)로 은행이 훨씬 많았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가 급감한 것은 2019년부터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영향이 크다. 은행업권 특성상 증권사보다 금융상품 투자손실에 민감한 보수적인 고객들이 더 많다보니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펀드 판매 신뢰도의 타격도 은행이 더 컸다.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소법 등 강화된 금융규제가 속속 도입된 것도 은행들의 판매 기피현상을 부채질했다.


◆"내년에도 힘들어" 돌파구 못찾는 은행권=최근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를 옥죄고 있는 것은 금소법으로 시행된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및 과장광고 금지)이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법인 만큼 현장에서는 금소법 시행 후 사모 뿐 아니라 공모펀드까지 팔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1일 사모펀드 관련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및 하위 법규 개정안이 시행된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앞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투자·권유·판매할 경우 핵심상품설명서를 교부해야 하고, 사모펀드의 개인·사행성 업종 대출은 금지된다. 판매·수탁사가 일반 투자자에 사모펀드를 판매했다면 불합리한 운용행위가 없었는 지도 살펴야 한다.


A은행 강남구 지점에서 PB로 일하는 오대형씨(38·가명)는 "사모펀드에 관심있는 고객이 오면 향후 사고가 터질까봐 두려운 생각부터 든다"며 "판매를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수십 가지는 되는 데다, 규정대로 하면 상품판매에 1시간 넘게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응대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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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판매 현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내년에도 은행 사모펀드 판매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펀드 판매를 늘려 실적을 낸다기 보다 리스크 최소화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략을 마련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 중위험·중수익 상품 라인업을 확장해 고객 신뢰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군을 분류해 맞춤형 사모 상품 선별 출시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에는 우량자산을 선별해 충분한 검증 작업을 거친 후 상품을 내놓는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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