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서 놀면 도둑"…'입주민 이기주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유재산인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주민이 아닌 이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가운데 입주민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도둑'이라는 험한 말까지 들어야 했던 사례마저 나왔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단지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비입주민 통제는 아파트 주민의 재산권 행사라는 입장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경찰 신고는 과한 조치이자 아이들의 동심을 짓밟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 타 단지 아이들에 "도둑놈 될 것" 폭언
누리꾼 반응 "각박한 처사" vs "단지 내 안전 문제"
단지 내 통행 관련 입주민·외부인 갈등 불거지기도
전문가 "'내 아이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적 마음가짐 비롯...시민의식 높아져야"
[아시아경제 김서현 기자] "내 아이가 다른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들러 놀다가 입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금 당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당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사유재산인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주민이 아닌 이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가운데 입주민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도둑'이라는 험한 말까지 들어야 했던 사례마저 나왔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단지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비입주민 통제는 아파트 주민의 재산권 행사라는 입장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경찰 신고는 과한 조치이자 아이들의 동심을 짓밟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인천의 한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됐다는 내용의 사연이다.
청원글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입주민 대표 회장이 지난달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타 단지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폭언을 퍼붓고, 아이들을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쓴이는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놀이터에서)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연이 알려지자, "놀러 가도 도둑이 되는 세상", "본인 소유 아닌 곳엔 단 한 순간도 존재하지 않으시길"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네티즌은 "어릴 땐 단지 구별 없이 함께 이곳저곳 어울려 다니며 놀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방과 후 아이들을 셔틀버스에 태울 때도 단지별로 줄을 세운다"며 최근 폐쇄적이고 서열화된 아파트 단지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한편 놀이터 관리에 있어 외부 아이들 출입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처음에는 동네 아파트 놀이터들이 다 개방이었는데, 놀이터에서 사고가 나서 1500만 원 정도를 소송까지 해서 물어준 경우가 발생했다"며 놀이터 내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출입을 통제하는데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지 내 시설을 둘러싼 '입주민 이기주의'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단지 내부 통행을 두고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회부 학생들의 출입으로 등·하교 시 단지 내 교통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학생과 통학 차량 출입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러한 요구로 아파트 단지 정문에는 '외부학생들은 등·하교 시 아파트 단지 내로 통행을 금지(통학차량 포함)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심지어는 내부 도로로 진입 가능한 길목에 어른들이 '외부학생진입금지'가 적힌 종이까지 들고 대기하는 행위도 이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이에 맞서 통행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며 "통행 금지는 '집단 이기주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달서구청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아파트는 사유지이기에 출입 및 통행 관리에 따른 사항에 대해 선뜻 개입하기가 어려운 처지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주체들 간 배려와 합의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구재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도심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장소가 아파트 단지 등에 국한돼 있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내 자식에게만 좋은 놀이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은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을 비롯한 학부모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민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들 간의 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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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도심 내 아파트를 제외한 공공시설을 구축하는 정책의 추진이 미진한 상태"라며 "아파트 공급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아동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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