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상무부에 마감 직전 반도체 자료 제출(종합)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서 시작된 美정부 자료 제출 요구
SK하이닉스, 메모리 수급 안정 강조…"생산지연·병목현상 없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기민 기자, 권해영 기자] 현대차와 기아 미국 법인이 미국 정부가 요청한 반도체 공급망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 본사는 당초 우리 정부와 논의 끝에 자료를 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미국 정부가 현대차·기아 미국 법인 측에 “자국에 생산기지를 둔 반도체 수요 업체도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마감 직전 자료를 제출했다. 반도체 기업으로서 자료 제출에 응한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산업계와 미국 연방정부에 따르면 기아 조지아 법인과 현대차 앨라배마 법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의 요구에 따라 반도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기아 조지아 법인은 답변서에서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반도체 업체의 생산 기지가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엔진컨트롤유닛(ECU)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생산 계획 대비 8%가량 생산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이 외에 반도체 공급량과 재고량, 고객 정보 등 기업 내부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모두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법인도 미국 정부 측에 자료를 냈으나 아직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생산과 관련된 정보만 제출했고 국내를 포함한 다른 법인과 관련한 자료는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현대차·기아 미국 법인에 직접 요청해서 제출했다"며 "현대차 앨라배마 법인이 낸 자료는 모두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에 미 정부가 직접 자료를 요청한 것은 이번 반도체 공급망 관련 설문조사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핵심 산업인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문제로 잇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 실시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 외에도 GM, BMW, 도요타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자료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가 기밀로 제출된 자료를 살펴본 뒤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수급은 안정적이며 생산 지연과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미국 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댄 김 부사장 명의로 낸 자료를 통해 현 공급망 사태와 미국 정부의 설문조사에서 "메모리 업계는 제품이 (다른 반도체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수급 변화에 대응하기 수월하다"면서 "현재 메모리 제품은 반도체 쇼티지의 원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병목현상 관련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묻는 말에는 "현재 그 어떤 생산 지연이나 병목현상을 겪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재고 수준에 대해서도 "(이전과)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인 공급 병목현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고객과의 선제적인 논의를 통해 잠재적인 수급 이슈를 해결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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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자료 요청과 관련해 9일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자료 제공이 1회성으로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지난 8일 기한에 맞춰 우리 기업의 반도체 자료제출이 원만히 이뤄진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나 러몬도 장관은 이에 대해 "이번 자료 제출 요청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라며 "영업비밀을 엄격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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