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테슬라도 10월 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2년 만에 다시 제안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2개 안건 통과에 실패하였는데 이를 보면 초일류 기업도 지배구조 개선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구글을 시작으로 테크기업 기업공개에서 인기였던 차등의결권을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단기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전체 이사의 임기만료 시점을 세 개 구간으로 분산시켜 한 번에 교체할 수 있는 이사 비중이 1/3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시차임기제를 정관에 명시하였고 정관 개정을 위해서는 전체 발행 보통주 2/3의 찬성이 필요하도록 하는 초다수결의제를 고수하였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최고경영자와 우호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그런데 테슬라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집요했던 공매도 세력이나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린 경쟁기업이 아닌 기업 내부로부터 불거졌다. 2018년 8월 머스크는 테슬라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였다. 결국 테슬라는 금융당국과의 법적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로 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로 하는데 머스크가 이사회 의장에서 즉시 물러났으며 독립적인 이사 2명을 새로 선출하였다. 그리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절반의 이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정관 변경을 어렵게 만드는 초다수결의제를 아예 폐지하는 안건을 2019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9년 주주총회에서 두 안건은 출석 주식의 99%가 넘는 절대적인 찬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행 주식의 2/3를 넘는 데 실패하였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다시 부결되면서 주주친화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사실 테슬라의 기업지배구조 이슈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상장기업 중 초다수결의제나 적대적 인수합병 등으로 이사들이 중도에 물러나야 할 때 막대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황금낙하산 조건을 정관에서 채택하는 기업은 해마다 늘어나 380개를 넘고 있다. 다만 테슬라와 같이 시장의 이목을 끌만한 초대형기업이 아닌 중소형 코스닥기업이 80%를 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발행 주식의 90% 찬성을 요구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도에 물러나는 이사에게 수백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존재해 일반주주의 집단적 반발을 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 채택이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 코스닥기업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그 조건도 기업가치가 훼손될 정도로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인 것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테슬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정관 조항을 채택했을 때의 기업환경이 바뀌면서 이를 폐지하려고 해도 너무 까다로운 결의요건으로 인해 경영진의 개혁 노력이 발목 잡힐 수도 있다.
물론 경영권보호 정관 조항의 채택 이면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하려는 기업가의 바람이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에도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혁신가의 경영활동이 침해되지 않는 기업지배구조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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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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