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선을 바라보는 韓銀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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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행을 언급하는 일이 있을까봐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최근 만난 한은 인사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언급하면서 기대보다는 우려를 먼저 내비쳤다. 정치중립적이고 독립기관인 한은이 대선을 평가했다는 것 자체가 다소 신선했다.

한은의 걱정은 ‘발권력’ 때문이다. 빚을 내는 것을 뛰어넘어 돈을 찍어 풀자는 공약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런 우려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여당 대선 후보 캠프에선 발권력 등을 언급하면서 중앙은행의 ‘확장재정’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돈을 푸는 원천은 중앙은행"이라며 "방어 능력이나 자금 조달 비용 측면에서 가계보다 정부가 하는 게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퓰리즘식의 돈풀기를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대선후보는 내년도 예산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는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돈을 찍어 풀겠다는 정책은 문제점이 적잖다. 지속적으로 통화량이 증가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 역시 더욱 커진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진입한 데다 국가채무는 8년 뒤 2000조원까지 치솟는 등 이미 거시경제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실물경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통화량만 늘어난다면 대외신인도 손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설립목적 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자고 주장한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온데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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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발권력을 동원하면, 총재가 직을 걸고라도 반대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음 정부에선 한은 총재마저 직을 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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