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방역은 왜 그들의 일상이 되지 못했나

너무 먼 QR인증·키오스크
체온측정기 높아 손목 측정
QR코드 인증 40초간 실랑이
장애인과의 공존 노력 필요

민욱씨가 QR코드를 인증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은 채 스마트폰 각도를 조정하고 있다./사진=곽민재 인턴기자

민욱씨가 QR코드를 인증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은 채 스마트폰 각도를 조정하고 있다./사진=곽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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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서 QR코드를 인증할 때 문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려요. 저 때문에 가게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될 땐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죠."


QR인증과 체온체크. 누군가에겐 일상이 된 방역시스템이 장애인에게는 고난의 일상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틀을 앞둔 10월30일 토요일 오후 2시30분. 서울 신촌역 4번 출구 엘리베이터 앞에서 검은색 전동 휠체어를 탄 김민욱씨(26·가명)를 만났다. 그는 뇌병변 2급 중증장애인으로 뇌신경 중 운동능력과 관련된 일부분이 마비돼 직립보행이 어려운 상태다.

민욱씨와 함께 신촌역 4번 출구로부터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입구부터 QR인증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비장애인은 미리 QR인증 화면을 띄울 수 있었지만 민욱씨는 QR인증 태블릿 앞에서야 휠체어 조작 기기에서 손을 떼고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낼 수 있었다. QR인증기기는 책상으로부터 약 40도 기울어져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QR코드를 찍으려다보니 화면은 잘 보이지 않았고 각도를 맞추려 팔을 위로 뻗어 상하좌우로 움직여야 했다. 민욱씨가 QR코드 인증에 걸린 시간은 40초. 비장애인인 기자는 8초가 걸렸다. 민욱씨에게 40초는 40분, 4시간같이 느껴졌다. 혹시나 비장애인 손님들이 자신의 뒤에서 기다리지나 않을까, 불편을 주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다.


그나마 무인주문기 ‘키오스크’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민욱씨는 사람이 많을 땐 터치를 잘못 해 엉뚱한 메뉴를 고를 때가 많다. 그래도 그냥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에게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메뉴를 다시 고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 몸도 마음도 힘들어져서다.

민욱씨가 체온을 재기 위해 팔을 높이 뻗고 있다./사진=곽민재 인턴기자

민욱씨가 체온을 재기 위해 팔을 높이 뻗고 있다./사진=곽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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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와 민욱씨와 신촌 연세로 거리로 이동했다. 오후 4시 찾은 1층 의류매장은 입구에 대략 130㎝ 높이로 보이는 흰색 체온계가 놓여있었다. 민욱씨는 체온을 재기 위해 휠체어 손잡이에 손을 지탱하고 살짝 일어서 이마를 체온계 높이까지 올렸다. 가까스로 3초를 버텼지만, 머리카락만 체온계에 닿고 온도는 기록되지 않았다. 다시 2~3번을 반복해도 버티지 못하고 털썩 휠체어에 주저앉았다. 민욱씨의 뒤엔 5~6명의 일행이 체온을 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를 바꾸고 이마가 아닌 팔을 뻗어 손목을 체온계에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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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마치고 나오자 하늘은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민욱씨는 취재진과 헤어지면서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불쌍한 대상은 아니에요.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다가서는 것만큼 장애인도 적극적으로 어울리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조금씩 멀어지는 민욱씨의 모습을 보며 씩씩했던 그의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럼에도 코로나 방역 속 그와 함께한 일상의 무게는 유독 그에게만 묵직한 것처럼 다가왔다.


곽민재 인턴기자 mjkwak@asiae.co.kr
황서율 인턴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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