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도 옛말" 코로나 격무에 염산 테러까지…극한직업 된 공무원
지난 8월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에서 응시생들이 면접 장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한때는 꿈의 직장이었는데 요즘엔 직장 내 괴롭힘부터 진상 민원인까지 워낙 일이 많으니…"
비교적 높은 직업 안정성으로 '철밥통' 으로까지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의 직장 내 안전성은 점점 떨어져 가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공무원들이 민원인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 사례는 4만6천79건으로 2019년 3만8천54건 대비 19.7%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60대 남성 A씨는 경북 포항시청 대중교통과 사무실을 무단으로 침입해 과장 B씨에게 생수병에 든 액체를 뿌렸다.
이 액체는 엷은 농도의 염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눈과 얼굴에 액체를 뒤집어쓰고 각막과 피부에 손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개인택시면허 매매업자로, 포항시가 개인택시 감차를 진행하면서 개인택시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달 경주에서도 민원인이 벌인 테러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경주시청 건축허가과를 찾은 50대 건축사 C씨는 손도끼를 내보이며 과장 D씨에게 욕설하고 행패를 부렸다.
건축사 C씨는 자신이 맡은 건물의 허가가 경주시의 늑장행정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과장 D씨를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에는 대전시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에 40대 남성이 흉기를 소지한 채 나타나 "불을 지르겠다"며 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다. 그는 한 달 뒤에 또 센터에 술을 마시고 나타나 남성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여성 사회복지 도우미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허벅지를 발로 찼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과 격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월 9급 공채 공무원으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의 한 부서로 발령받은 E씨는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E씨는 규정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E씨는 이를 부당한 업무라며 거절했고, 이후 팀원들로부터 무시와 업무협조 배제, 투명인간 취급 등 괴롭힘을 당했다.
방역수칙 위반 업소 단속을 해온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5일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지난달 12일 방역수칙 위반으로 단속된 업소 관계자에게 거친 항의를 받은 날 퇴근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한편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테러에 가까운 행위로 실제 공무원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무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무원 내부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행정안전부가 1980~2000년대생 주니어 공무원 18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주니어 공무원은 58.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31.7%),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31%)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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