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시 쓰기는 언어를 궁지로 몰아 쥐구멍에 빠뜨리는 일이다”
‘줄무늬 비닐 커튼’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시인은 삶을 부여하는 물질인 ‘신체’와 정신을 구성하는 물질인 ‘언어’의 접점이 되는 장소로서 ‘자아’에 주목해 왔다. 이번 시집에선 그런 시인이 추구하는 자아의 끝없는 해체와 경계의 허묾으로 ‘언어의 신체’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를 그려낸다. 총 29편의 연작시로 자아의 경계를 잃은 의식이 소리뿐인 ‘말’로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 쓰기는 언어를 궁지로 몰아/쥐구멍에 빠뜨리는 일이다/언어 없이 사유할 수 있을까/시는 이미지로 사유하는 것/이때 언어는 덫에 걸리고/불구가 된 채/사라지지 않고 부스러기가 되어/그 물질성으로 이미지의 디테일을 구성한다/이미지에 불이 켜지면/언어는 그 그림자의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사라져 없어지지는 않고, 빛을 빨아들인/검은 반죽으로 잠재한다 <54쪽>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물가에 앉아 물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골똘히 들여다본다고 해서 자신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순간 일렁이는 물결의 리듬이나 빛의 생멸, 물의 투명한 육체를 뚫고 바닥에 웅크린 조약돌이나 물풀에 닿을 때 어쩌면 에둘러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물가에 앉겠는가?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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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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