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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차세대 제주특별법과 조세정책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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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는 「제주도개발특별법」(‘제주특별법’) 제정 30년을 맞는 해이다. ‘제주도의 헌법’으로도 불리는 제주특별법은 ‘도민주체 개발’과 ‘개발이익 환원’을 골자로 한 최초의 지역개발계획에 관한 특별법으로 수차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기간의 입법지원에 힘입어 제주도는 2013년 관광객 1000만명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2019년에는 1520만 명이 제주를 방문하여 절정을 이뤘다. 조세감면 등 혜택으로 말미암아 다음카카오 및 넥슨지주회사는 제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70여개의 IT 기업이 입주하여 도내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다만,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당초 예정되어 있던 중앙정부의 핵심 권한이 이양되지 않았고 작년말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주민참여권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면서 제주특별법의 ‘특별한 지위’가 무색하게 됐다. 최근 제주도의회에서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강화를 담은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에 나서고 있는데, 차세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능적 분권을 넘어 고도의 자치권 확보와 포괄적 권한이양이 가능하게 된다.


노태우 정부에 의해 추진된 제주특별법은 관광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하여 제주도를 ‘동아시아의 하와이’와 같은 국제적 관광휴양지로 육성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1991년 12월 제정되었다. 제주도지사에게는 중장기 종합개발계획의 수립권한이 자치분권 차원에서 보장되었고, 제주도개발사업특별회계가 설치됐으며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개발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치재정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 IMF 환란 이후인 2002년에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모델 삼아 제주도를 ‘국제투자자유지역’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법명을 '제주도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바꾸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및 제주투자진흥지구의 입주기업에 대해 국유재산의 임대·매각 및 각종 조세감면 특례의 근거를 두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법령에 근거를 두고 설치된 시점도 이때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자치조직, 인사권 및 자치재정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기 위해 명칭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다시 바꿨다. 자치경찰제가 최초로 시행되고 도의회에는 법률안 의견제출권까지 보장되었다. 제주특별법은 1990년대 국제 관광휴양지 모델로 추진되다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람, 상품 및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국제자유도시 모델로 그 범위를 넓혔다고 평가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다양한 혜택 중에서도 조세특례의 체감지수가 높다. 제주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지방세특례제한법(‘지특법’) 및 제주특별자치도세 감면조례에서는 제주도 입주기업 등에게 다양한 조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투자진흥지구 또는 제주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사업개시일로부터 5년간 법인세·소득세가 감면되고, 연구개발 또는 감면대상사업에 직접 사용하기 위한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된다. 입주일로부터 5년간 취득세가 면제되며 및 10년간 재산세도 100% 감면된다. 또한, 여행수요 증진을 위하여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도의 지정된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할 경우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관세 및 담배소비세 등 간접세 면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폭넓은 세제 인센티브에 힘입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무색하게 제주의 인구는 2019년 기준 최근 10년 간 19.3% 증가한 67만여 명이 됐고, 취업자도 2009년에 비하여 약 10만 명이 증가한 38만 명을 기록했으며, 제주의 GRDP도 같은 기간 전국평균 57.5%를 훌쩍 넘어 89.2%가 성장하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감면세제와 더불어 제주특별법에서 보장하는 폭넓은 재정권은 제주의 실질적 자치재정을 가능하게 하는 쌍두마차의 역할을 한다. 도세와 시·군세가 통합되고 국세도 담을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세가 창설됐고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세액감면 사항을 도 조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었다. 취득세, 등록면허세, 재산세 및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세에 대해서는 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특법상 감면액의 5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는 권한이 위임됐고, 취득세 및 재산세 등의 세율을 도 조례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특례도 두었다. 지방교부세법에도 불구하고 보통교부세 총액의 3%가 자동적으로 제주도에 배정되며, 지방재정법에도 불구하고 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지방채 한도를 초과한 발행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핵심적 재정권은 여전히 부재하다. 제주특별법은 국세 세목의 이양 또는 제주에서 징수되는 국세의 이양을 명시하고 있지만 조특법에 의한 뒷받침이 없어 공염불 상태이다. 그 결과 제주특별자치도세가 자치재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가 38.7%로서 전국 평균 48.7%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올해로 이립(而立)을 맞는 제주특별법은 ‘기반을 닦는다’라는 논어 '위정(爲政)' 편의 의미처럼 지난 30년 동안 제주를 지금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데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제주도에 대한 조세정책의 현주소는 규범과 실상이 동떨어져 돌아가 그 미래 보장이 불확실하다. 국제 관광휴양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환급과 면세지역 확대 등이 요청되고, 국제자유도시의 기반구축을 위해서는 외국자본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세만으로는 부족하고 제주특례법에서 규정한 국세의 이양이 필수적이지만 세제상 혼란의 우려 때문에 조특법상 도입이 가로막혀 있어 조세정책 면에서는 손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당장 수출입 상품에 대한 관세 및 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없고 이자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 자체를 과세하지 아니하는 홍콩이나 마카오 수준의 과세특례를 두는 것은 어렵겠지만, 제주특례법의 취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적은 부가가치세 등 간접국세에 대한 이향을 시도해 보고 장기적으로는 그 폐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법인세 등 직접세에 대한 조치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고려하여 외국의 기업들과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세정지원제도를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면 제주 도민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국익에도 큰 기여가 될 것이다. 제주에서의 지방자치의 경험은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의 모델로 이어졌다고 평가되고 있고 그 조세정책상의 공과는 향후 통일시대의 다양한 지방자치제 운용의 시금석(試金石)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법 제정 30년을 맞아, 앞으로의 30년 청사진을 설계하고 미래 먹거리를 든든하게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제주특별법과 조세정책의 좌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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