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주와 사후 투자자 간 '주주평등 원칙' 훼손 안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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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새로 발행한 주식의 인수자에게 핵심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A사 대표가 B사 측을 상대로 낸 46억여원 규모의 상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컴퓨터시스템 제조 판매사 B사는 2016년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B사는 주식 20만주를 새로 발행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고, A사가 이를 20억원에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때 '우대약정'이 함께 체결됐다. B사가 이후 신주를 추가 발행하려면 A사의 서면동의를 미리 받아야 하며, 위반할 경우 투자금을 조기상환하고 투자금 상당의 위약벌을 부담하는 내용 등이다. 투자 자금 회수를 담보하려는 목적이었다.


B사는 2년 후 A사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신주 총 26만주를 발행했다. 이에 A사는 투자금의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지만,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투자자에게 회사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부여하는 우대약정은 무효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 우대약정은) 신주인수를 통해 주주 지위만을 갖게 된 원고 측에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면서, 회사의 경영에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반 시 언제든 출자금의 배액을 초과해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게 돼 실질적으로 주주에 대해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며 "이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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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주식회사가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투자자 측에 경영상 의무를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계약이 금지될 것"이라며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보호되고, 기존 주주와 사후 투자자 사이에 지위가 불평등해지던 것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투자활성화에 역행할 우려나 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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