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양복점을 하고 있는 전 맞춤양복협회 장 회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 양복제조 명장이자 세계 양복협회 부회장,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한국 맞춤양복의 살아 있는 역사다. 60 평생 양복을 만들어 왔고 현재도 일하며 살고 있다. 그에게 아쉬운 게 있다면 자랑스러운 맞춤양복 기술들이 세월 속에 사장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긍지를 갖고 기술을 배우고 그 비법을 이어갔으면 하는 그의 소박한 주장은 필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967년 최초로 세계 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양복과 제화부문에서 금메달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사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준 낭보였다. 카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대통령의 하사금이 주어졌던, 대한민국의 손기술 전통은 지금 그 영광을 뒤로 한 채 사라지고 있다.
장인의 전통 기술은 보존되고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글로벌 명품으로 진화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글로벌 명품도 명장의 손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세계적인 명품 하나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이들 명장의 근황을 파악하고 이들 기술의 전수를 위한 교육과 제품의 상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장인들은 상호 범접할 수 없는 차별적 비법을 보유하고 있다. 맞춤 명품양복은 양복명장의 재단과 바느질 명장의 수직적 분업을 통해 완성된다. 여기에 명장 기술을 전수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창의적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 콘셉트들이 매칭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배가될 것이다.
다시 맞춤양복을 예로 들어보자. 명장들의 경험 속에 스며 있는 한국인의 몸치수들을 데이터화해 표준화하고 이를 CAD시스템을 통해 접목할 수 있다면 이는 최초의 스마트재단시스템이 될 것이다. 바느질 명장의 기술도 미싱프로그램으로 디지털화해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맞춤양복의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비대면으로 양복을 만들어 해외고객에게 수출하는 시스템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손기술에 젊은이들의 창의력,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만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전통 제조기술의 전수, 여기에 기술과 마케팅 혁신을 가미하고 이어 상업화 지원이 연계될 수 있다면 글로벌 명품이란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손기술을 품고 있는 양복, 제화, 한복, 염색, 자수, 칠기, 칠보, 목공, 한지, 유기, 주물 등 소공인(소상공인) 기술들은 사라져선 안된다. 명장 대다수가 60대 후반에서 80대로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들 산업도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제조산업의 뿌리와 지속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영광의 기능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들이 병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시간을 놓치면 다시는 이들 장인의 기술과 비법을 알아낼 수도, 전수받을 수도 없다. 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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