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량 전년대비 20% 감소
풍력비중 높은 英·獨도 전력난 심화
원전비중 높은 佛, "獨 전기요금 절반수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유럽 내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 모범국가로 알려졌던 스페인이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이어 풍력발전량 감소가 겹치면서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다. 스페인의 에너지정책을 모델로 화력발전 감축을 서두르던 영국과 독일 등도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가 기존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된 급격한 탈탄소·탈원전 정책이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내 전기요금가격을 고시하는 기관인 이베리아 전력거래소(OMIE)는 이날 스페인 내 전력 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227.45유로(약 31만2000원)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평균가격인 64.61유로 대비로는 3배 이상 급등했다.
전기요금이 이처럼 폭등한 주 요인은 최근 천연가스 가격 폭등한 상황에서 믿었던 풍력발전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내 풍력발전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기상이변으로 바람의 세기와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도 모범적인 탈탄소 정책국가로 통했다. 스페인은 2000년 당시 36%에 달하던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현재 5%까지 줄였다. 대신 풍력발전과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각각 20%, 31%까지 확대했다.
전력가격 폭등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전력가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스페인 현지 매체인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이달 초 전력 회사들에 부과하던 7% 세율의 세금을 잠정폐지하고 에너지 관세도 기존 5%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0%까지 낮췄던 스페인은 추가 전력 생산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탈탄소·탈원전 선두국가로 불리던 영국과 독일도 전기료가 폭등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평균 도매용 전기요금은 ㎿h당 331유로까지 치솟아 전년동월 47유로 대비 7배 이상 뛰었다. 같은기간 독일의 평균 도매용 전기요금도 ㎿h당 126유로로 연초대비 50% 이상 급등했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풍력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풍력발전 비중은 22%, 영국은 24%에 달했다.
전력생산에서 원전비중이 75% 이상인 프랑스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천연가스 폭등이나 풍력발전량 감소 여파를 덜 받았고 있다. 프랑스 평균 소매 전력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0.13유로로 독일(0.33유로) 대비 아직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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