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덮친 에너지 가격 급등..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도
블룸버그 "한국, 중국 전력난에 공급망 타격 가능성"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우징 석탄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우징 석탄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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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연료 소비량이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둔 세계 각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비평가 빌 블레인은 금융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이번 겨울, 전세계는 혹독한 추위를 경험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수록 그 비용은 취약계층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영국은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릎을 꿇고 구걸할 것이며 유럽도 그만큼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관측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은 전 세계 반도체·전자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 유럽, 에너지 대란에 '비상'…대책 마련에 '고심'

최근 천연가스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세다. 에너지 관련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한 반면 천연가스 공급은 생산시설 증설 및 허리케인의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유럽의 연료 곳간은 유례없이 텅 빈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노르웨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수송은 제한된 상태다. 이에 지난달 30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보다 400% 폭등해 메가와트시(MWh)당 97.73유로(약 13만4600원)까지 치솟았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발전용 원료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석탄 가격도 급격히 올랐다. 호주산 유연탄은 올해 초 톤당 100달러(11만9100원)대에서 현재 400달러(47만6400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에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로열더치셸이 임대한 LNG 운반선은 아시아를 향해 운항하던 중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급히 항로를 바꿨다. 또 다른 LNG 운반선인 '가스로그 세일럼'도 걸프만을 출발해 아시아로 향하다 지난주 지중해로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다.


케이플러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운항사들이 더 높은 이익을 위해 기존 고객에 대한 변상을 무릅쓰고 천연가스 운송 순위를 갑자기 바꾸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각국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에너지 확보 대책을 내놓으라'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일 블룸버그는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스·체코·루마니아 등 5개국 재무장관들이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유럽 각국 정부가 가스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심화하고 저소득층의 '에너지 빈곤'을 초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7일 "EU가 단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에너지세 인하 등의 목표를 설정한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트럭이 석탄을 운송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트럭이 석탄을 운송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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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에너지 대란' 애플·테슬라까지 영향…"한국도 예외 아냐"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 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는 11월 선적분 기준 100만BTU(열량단위) 당 56.326달러로 하루 만에 42.0%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에너지 대란의 나비효과가 전 세계를 덮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8일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에너지 위기가 아이폰에서부터 우유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강타하고 있다"며 "중국의 에너지 경색 사태로 인한 충격은 도요타 자동차, 호주의 양 사육 농가, 포장용 골판지 상자 제조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전력 대란 사태로 인한 공급망 혼란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전망이 나온다.블룸버그 통신은 "대만과 한국과 같은 (중국과 교역이 많은) 이웃들은 민감하다"며 "호주나 칠레와 같은 금속 수출국들과 독일 같은 핵심 무역 상대도 특히 중국 경제의 약화에 따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중국 내 전력대란에 따른 피해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아이폰 조립 업체 허숴(和碩·PEGATRON)는 전체 전기 사용량을 10% 이상 줄여 사용하고 있다. 이에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3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도체·전자업계 공급망도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한 여파가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HP, 델과 같은 미국의 전자·자동차 업체들을 넘어 퀄컴과 인텔 등 반도체 업체에까지 미칠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르웨광(日月光·ASE)은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간 장쑤성 쿤산(昆山)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르웨광은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에서 반도체를 받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패키징 및 테스트 등 후공정 처리를 맡는 기업으로, 이곳에서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제품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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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매체인 제일재경은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전력 공급 제한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끼친 영향이 큰데 특히 장쑤성과 광둥성 일대의 관련 기업들이 받은 충격이 가장 심각하다"며 "기판, 전자소재, 발광다이오드(LED)과 같은 상품 공급이 일단 중단되면 전체 공급망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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