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까지 끌어와 NDC 40% 폭탄…산업계 "배출권 가격 치솟나" 초비상
산업계 탄소 감축량 목표 종전 1670만t→3790만t으로 두 배 이상 늘어
저탄소 제철기술 등 미래기술까지 끌어와 NDC 상향 무리수
NDC 상향→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배출권 가격 급등 우려에 산업계 초비상
"국외감축분 확대해 산업계 등 부담 줄여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으로 산업을 비롯한 에너지, 수송 등 전 부문에 걸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NDC 상향안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 -0.09%로 추산했지만, 한국은행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매년 최대 -0.32%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기술'까지 포함, NDC를 대폭 상향함으로써 산업계의 탄소 감축 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NDC 달성을 위해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배출권 가격이 급등, 산업계의 환경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9950만t 추가 감축 위해 미래기술까지 포함=8일 정부가 발표한 2030년 NDC 상향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8년 총 배출량 7억2760만t에서 2030년까지 4억3660만t으로 줄일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억3610만t(감축률 26.3%)까지 줄이기로 했는데 이번 NDC 상향으로 기존안보다 9950만t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시한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산업 2억2260만t(2018년 배출량 대비 -14.5%) ▲전환 1억4990만t(-44.4%) ▲수송 6100만t(-37.8%) ▲건물 3500만t(-32.8%) ▲농축수산 1830만t(-25.9%) ▲폐기물 910만t(-46.8%) ▲수소 760만t(신규) ▲기타 520만t(동일) 등이다.
이번 NDC 상향으로 특히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가 감축해야 할 탄소 배출량은 종전 목표 대비 두 배로 늘어난다. 기존 NDC에 따르면 산업계는 2030년까지 1670만t의 탄소를 감축하면 됐지만 이번엔 두 배 이상 늘어난 3790만t 감축으로 정해졌다. 이 같은 감축 목표는 종전 대비 대폭 높아진 것이다. 당초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에 NDC를 35~40%로 정할 때 산업계 감축 목표를 12.9~14%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탄중위 논의 과정에서 14.5%까지 상향됐다.
주요 업종별로 살펴보면 ▲철강은 2018년 1억120만t 배출에서 2030년 9890만t 배출로 탄소 배출량을 2.3% 감축키로 했다. ▲석유화학은 4690만t에서 3740만t으로 20.2% ▲시멘트는 3410만t에서 3000만t으로 12% 줄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타 업종은 7830만t에서 5630만t으로 28.1% 감축한다.
문제는 정부가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서 철강, 반도체, 산업단지 열병합 부문 등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기술까지 대폭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예컨대 철강업계는 에너지 절감, 고로의 전기로제강 일부 전환, 전로에 철스크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했는데, 전로에 철스크랩을 적용하는 '저 HMR 조업 기술'의 경우 현재 개발 단계다. 포스코가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지만 이번 NDC 상향으로 2030년으로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고, 현대제철도 같은 기술을 도입토록 했다.
◆NDC 상향에 배출권 시장 쇼크 불보듯=정부가 NDC를 종전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받는 기업들은 환경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기업별 연간 할당량을 2기(2018~2020년) 97만t에서 3기(2021~2025년) 76만t으로 줄였는데, 향후 NDC 상향을 최종 결정한 이후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권 할당량을 추가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 감축 목표를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생산을 줄이거나 배출권 추가 구매를 통해 탄소를 배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NDC 상향은 무엇보다도 최근 배출권 가격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인 'KAU21'의 가격은 전날 2만9600원으로 6개월 전(4월8일) 1만5400원 대비 두 배로 치솟았다. 산업계의 감축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산업계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NDC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속 탄소중립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한국이 27.8%로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갖춘 독일(21.6%), 일본(20.8%) 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2030년 NDC를 상향, 연평균 감축률을 4.71%로 설정했다. 이는 유럽연합(1.98%), 미국(2.81%), 영국(2.81%), 일본(3.56%)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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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국외감축을 더 확대해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NDC를 40%로 결정할 경우 국외감축분을 일본 수준(7%p 선)인 7.2%p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탄중위에 전달했다. 그러나 탄중위는 국외감축분을 확대하더라도 일본 보다는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 감축 목표 40% 중 국내감축분을 35.2%p, 국외감축분을 4.8%p 수준에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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