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 위기]적절한 가격보장으로 선순환 구조 자리잡아야
[기획]위기의 시멘트·레미콘 산업
가격인상 때마다 갈등 극심
올해는 무난하게 협상 집행
업계 공멸 위기감에 변화모드
단가 경쟁으로 낮아진 경쟁력
결국 건설현장 부작용만 낳아
④패러다임 전환으로 찾는 상생의 길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난 6월 시멘트와 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7월 1일자로 시멘트 1톤당 가격을 기존 7만5000원(고시가격 기준)에서 7만8800원으로 5.1%(3800원) 인상키로 합의했다.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 역시 10월부터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굵은골재(25㎜·24㎫·슬럼프 15㎝) 기준 ㎥(루베)당 현재 6만7700원에서 4.9% 인상한 7만1000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가격 인상 시기마다 업계의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올해는 비교적 무난하게 협상이 진행돼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가격인상을 두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 끝에 공급중단 사태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건설현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당초 제시한 인상률에는 못미쳤지만 레미콘업계도 시멘트 가격의 인상요인에 대해 공감하고 최대한 양보한 결과라고 본다"면서 "운송비 인상과 믹서트럭 증차문제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레미콘업계가 시멘트가격 인상을 수용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레미콘업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간 가격협상 과정도 특별한 갈등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와 시멘트·레미콘업계는 매년 9월~12월초까지가 한 해 경영실적을 좌우하는 성수기인 만큼 협상을 길게 끄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3기 신도시 등 대형 국책사업과 본격적인 주택건설 현장이 대기중인 상황에서 레미콘·건설산업 간 갈등으로 자재수급 불안이 심화될 경우 경영악화는 물론,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 주범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부담감이 대승적 양보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산업간 극심한 갈등과 대립에 따른 공멸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경쟁·대립에서 상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의 발전은 시멘트·레미콘·철강·마감재 등 후방산업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자재공급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건설산업의 부침이 자재산업의 경영실적도 좌우하지만, 자재산업의 부침 역시 건설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적절한 납품단가는 건설자재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미국발 경제위기를 겪었던 시멘트업계의 한 팀장급 인사는 "입사했던 1997년 당시 시멘트 1t의 가격이 6만7500원이었는데, 출혈경쟁으로 지난해는 가격이 6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면서 "무려 23년이 지나도록 인상은커녕 단가 후려치기의 악순환으로 시멘트업계는 오직 생존을 위한 원가절감과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버텨왔다"고 털어놨다.
한라시멘트는 프랑스 라파즈 그룹에 매각됐다가 다시 아세아시멘트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고,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지분을 인수했던 쌍용양회는 훗날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는 등 경영권의 손바뀜을 체험해야 했다.
특히 IMF외환위기와 미국발 경제위기는 국내 업체간 심각한 출혈경쟁을 불러와 전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으로 시멘트를 팔아 왔다. 지난해 코트라(KOTRA) 해외시장조사 결과 국내 시멘트가격은 한국대비 1인당 GDP(인건비)가 3분의 1~ 15분의 1 수준인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시멘트 단가가 낮으니 레미콘 단가도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재무상태가 열악한 지방 중소레미콘업계의 생존전략은 오직 납품단가 인하를 통한 시장 점유율 유지 뿐이었다. 낮은 납품단가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자재업계간 출혈경쟁을 눈감다 보니 시멘트를 KS규격 보다 적게 사용한 불량레미콘이 등장했고, 이를 그대로 사용한 건설업계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량대로 시멘트를 판매하지 못한 시멘트업계는 매출에 손실이 발생했고, 레미콘업계는 불량레미콘을 제조한다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낮은 단가가 건설업게에 당장은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양 업계가 단가하락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가격 보장, 이를 통해 재투자 등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아야 건전한 산업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시멘트·레미콘 등 1차 산업의 적절한 판매가격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오염방지 등을 위한 2차 투자를 막게 되고, 결국 관련 산업의 부실을 부르게 된다"면서 "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 후폭풍은 조달비용 상승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국가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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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전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집단의 이익보다 상생을 생각하고,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양보를 먼저 떠올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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