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 군 가혹행위 조명
예비역들 "너무 사실적이라 불편했다" , "아직도 저럴 것 같다" 분통

편집자주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각종 가혹행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 드라마에 20~30대 남성들은 실제 본인의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왜 이 드라마가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이면에 자리한 일종의 '끔찍한 공감대 형성'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기사에는 'D.P.' 일부 장면 묘사가 있어, 아직 D.P.를 보시지 않은 독자분들은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조석봉(조현철 분).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조석봉(조현철 분).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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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군 시절 고참에게 욕먹고 맞던 모습이 떠올라 잠시 멍해졌습니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전역한 예비역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를 말한다. 드라마는 탈영병들을 검거하기 위해 나서는 극중 한오열(구교환 분) 상병과 안준호(정해인 분) 이병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일부 탈영병들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영하기도 한다. 20~30대 청년들이 'D.P.'를 보며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극이 주목한 건 군대 내 폭력·성추행 등 가혹행위와 강압적 상명하복 등 각종 부조리다.

드라마에서 드러난 가혹행위는 다양하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 씌우고 그 안에 물 붓기, 자위행위 시키기, 얼굴에 살충제 뿌리기, 각종 욕설에 안 이병의 경우 선임으로부터 사실상 부모를 겨냥한 조롱까지 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는 이런 끔찍한 일들이 왜 외부로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감춰졌는지 그 과정도 또한 잘 보여준다.


예비역 병장들은 입을 모아 드라마 고증 수준에 대해 극찬을 하면서도, 씁쓸함을 나타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D.P.' 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분 좋은 공감대가 아닌 끔찍한 기억이자 일종의 트라우마 성격의 공감대 형성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늘어놓고 이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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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군 시절 돌아보면 그냥 뭐 솔직히 선임에게 맞고 욕먹고 그런 기억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웃긴 건 그 상황에서는 그냥 '그래도 되는구나' , '맞는 게 일이구나' 라고 나 스스로 생각했다는 점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니 그때 생각이나 좀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DP 배경이 2014년인데, 그 시절 군 복무를 했다"면서 "가혹행위가 육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있지 않나, 아마 저 시기가 좀 괴롭힘이 심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면 자신을 괴롭힌 선임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도 좀 울컥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후반 박 모씨는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쳐 돌았냐', 이런 말이다"라면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욕설은 홧병에 걸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지금 군 생활하는 후배들은 이런 일상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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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가혹행위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현역 군인 등에 대해 지원한 상담 중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따른 인권침해와 군대 내 성폭력 관련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2020년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를 보면 센터가 지원한 상담 건수는 총 1710건으로 2019년 1669건보다 약 2.4% 증가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상담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침해 권리는 '사생활의 자유'(211건)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특히 군대 내 성폭력으로 인한 상담 건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강간·준강간 상담 건수는 2019년 3건에서 2020년 16건으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성희롱은 44건에서 55건으로 증가했다. 성추행은 52건에서 44건으로 줄었다. 군대 내 폭력 또한 소폭 증가했다.


매년 군내 '3대 폭력행위'인 가혹행위·언어폭력·구타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0년에는 구타와 언어폭력 상담 건수가 각각 4.25%와 5.36% 늘었다. 다만 가혹행위는 15.8% 줄었다. 센터는 "2014년 고 윤 일병 사망 은폐사건 이후 대폭적인 병영 혁신이 이뤄진 지 7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중·장기 계획의 점검과 집중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극 중 선임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해 결국 조현병에 걸리고, 탈영한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은 "군대가 바뀔 수 있다"는 한 상병 말에 이 같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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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대에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써있는지 아십니까? 1953(년) 6·25 때 쓰던 거라고…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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