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비였구나"…'재난지원금 계급표' 등장에 씁쓸한 시민들
성골과 평민 나눈 '재난지원금 계급표' 등장
권익위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나흘 동안 5만 4000건 쇄도"
재난지원금 불만 폭주하자…與 "국민 88→90%로 확대"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재난지원금 받아서 기뻤는데, 저도 결국 '평민'이었군요."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주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온라인에선 이를 풍자한 '재난지원금 신분 계급표'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라 시대의 골품제를 빗댄 해당 계급표를 보면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들은 '평민'과 '노비'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나는 노비였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지급 대상자를 하위 9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지급 대상자를 확대하더라도 형평성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난지원금 티어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성골(상위3%) ▲진골(상위7%) ▲6두품(상위12%) ▲평민(상위90%) ▲노비(상위100%) 등 계급을 총 5개로 나눠 소개했다.
재산세 과세 표준과 금융소득·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한 이들은 상위 3%로 '성골'에 속한다. 금융소득과 건강보험료 기준을 넘으면 '진골', 건강보험료 기준만 초과하면 '6두품'에 비유됐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사람들은 '평민'(상위 90%,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노비'(상위 100%, 재난지원금 지급+10만원)로 분류된다. 재난 지원금 유무에 따라 계급을 나눈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민들은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기준이 계층 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아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위주로 지급해야 했는데, 어중간하게 소득 하위 88%로 나누니 문제가 된 것 같다"며 "또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세금도 그만큼 더 많이 냈을 거 아니냐. 돈을 많이 내고도 지원금을 못 받는 사람들은 허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들과 받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득 상위 12%에 해당하는 이들이 "재난지원금을 못 받아서 서글프다"고 하면, 하위 88%에 해당하는 이들이 "잘 산다고 자랑하는 거냐"는 식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나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왜 상위 12%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재산 기준이 아닌 소득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집 없고 차도 없는 2인 가구다. 연소득 3430만원인 지역보험가입자인데 이 가정이 여러분은 부유해 보이시나"라며 "지역건강보험료 한 달에 21만원 낸다. 그리고 이 가정이 대한민국 상위 12%다. 이해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 접수된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건수는 나흘간 5만 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6일부터 권익위 국민신문고에 이의신청 창구를 개설했는데, 어제 오후 6시까지 약 5만 4000건이 접수됐다"며 "하루 1만 3000건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지급 대상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받지 못하는 분들의 불만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의신청에 대해 구제하는 방안을 당도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8%보다는 조금 더 상향,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 90% 정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뒤늦게 지급대상 확대를 밝힌 데다 납득할만한 지급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상위 10%의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지급 대상자를 하위 90%까지 확대해도 형평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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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대한 원칙이 없다 보니 기준을 88%에서 90%로 변경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라며 "지급 대상을 90%로 확대해도 형평성 문제는 이어질 거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하려고 하기보다는 선거를 의식해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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