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공공연구 논문 공개 의무화 등 오픈액세스 법제화 나서

[단독]"부르는게 값"…해외 유명 학술지 '구독료 갑질'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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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부르는 게 값’인 해외 유명 학술지들의 ‘구독료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의뢰해 ‘오픈사이언스 법제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주요 국가들이 공공 연구 성과·과정에 대한 개방(오픈사이언스)을 활성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공공연구 논문 접근성 확대(오픈액세스) 등 오픈사이언스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특히 해외 학술지들의 ‘구독료 갑질’ 근절 대책을 세운다. 현재 국제 학술지 시장은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을 발행하는 와일리, 엘스비어, 스프링거네이처 등 이른바 빅3 출판사가 70~80%가량을 독과점하고 있다. 학자들에게 논문 게재료·출판비(APC)를 받는 것은 물론 대학·도서관·연구기관 등에서도 거액의 구독료(2015년 76억유로·10조5100억원)를 챙겨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대학·도서관·연구기관 등에도 지난해에만 1801억원을 받아갔다. 특히 연평균 7~8%씩 구독료를 인상하는가 하면, 발행하는 모든 저널을 묶어 파는 ‘빅딜’ 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질’이 심각하다. 국내 대학·도서관·연구기관들은 빠듯한 재정 형편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엘스비어 한 곳에만 전자 구독료 27억원을 내는 바람에 다른 저널 일부를 구독 중단해야 했다.


세금이 투입된 공공논문 열람을 위해 또 세금을 쓰는 것도 문제다. 이들 학술지에 실리는 연간 6만건 안팎(2019년 5만9977건·교신저자 기준)의 국내 논문들은 대부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올해 27조4000억원)이나 공공·민간연구기금 등이 투입된 사실상의 ‘공공재’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전체의 41.8%(5만9977건 중 2만5066건)만 전면·제한적 무료열람이 가능할 뿐 나머지는 유료 구독해야 한다. 무료열람 비중이 주요 국가 대부분 60~70%대에 이르지만 한국은 세계 평균(44.2%)에도 못 미친다. 국내 학술지시장도 영세한 학회들이 싼 값에 일부 독점 업체들에 저작권을 넘기는 바람에 대학, 도서관, 연구기관들은 연간 180억~200억원의 구독료를 지출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오픈액세스 운동이 활발하다. 저널들에 구독료 대신 출판비용(연간 40억유로)만 지불하고 저작권을 넘기지 않으며, 누구나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저널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2009년)·캘리포니아주(2018년), 프랑스(2016년)·네덜란드(2015년) 정부, 유럽연합집행위원회·17개국 국가연구기금기관·7개 민간재단(Plan S)가 공공 연구논문 공개 의무화 제도를 각각 시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법제화를 통해 국내 수요기관·해외 저널 간 협상 창구 단일화, 전담 기관 지정 및 예산 지원, 공공논문 공유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저작권 보호 및 불법복제 금지 등 기존 법제와의 충돌, 이해 관계 등이 해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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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분석과장은 "불법복제 문제 등 검토하고 조정할 사항들이 있어 의견을 수렴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연구 용역을 마치고 내년부터 법제화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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