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스마트 라이프 도시를 만들자
산업화 후 탄소배출 본격화…편리한 생활이 생태계 파괴
전세계 최악 기후위기 불러…개발 덜 된 지방 산림이 희망
하천과 바람으로 대기 순환…스마트헬스로 건강검진 일상화
은퇴자 경험 살린 일자리…소득 이어지는 터전 만들어야
기후위기가 심상치 않다. 30도만 넘어도 더운 여름이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35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한여름의 일상이 됐다. 5월부터 여름이 시작되고 평균 기온은 100년 전보다 3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더위 정도로만 고생하고 있지만 전 세계는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그 반대편에 있는 독일에서는 근대적인 강수량 측정 후 100년 만의 폭우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폭우로 고생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역대 최악의 고온 기후로 많은 가옥과 산림이 불타 없어졌다. 특히 시베리아 산불은 미국, 터키, 캐나다,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산불 면적보다 넓은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시베리아 산불에서 나온 연기는 띠를 이루며 3200㎞ 이상 뻗어나가 북극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베리아 산불은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감소시켰고 동토에 매장된 탄소를 방출시켜 온실효과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후위기의 원인은 하나다. 지구에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돼 지구가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으며 형성된 차가운 공기 장벽이 대류를 막아 일부 지역은 더 더워지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산불이 난다. 또한 많이 증발된 물은 폭우로 내리고 동토에 매장된 탄소까지 나오며 온실효과가 가중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지구에 본격적으로 탄소가 배출되기 시작한 시점은 산업화 이후다.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발명은 에너지 혁명이었지만 기후위기의 시작이기도 했다. 산업화와 동시에 시작된 도시화는 경제 성장, 편리한 생활과 함께 생태계 파괴라는 대가를 지구에 치르게 했다. 지구는 이제 우리가 공짜로 누린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 재난의 서막일 수 있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이 이전보다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동물 생태계가 파괴되며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서식지를 옮겨왔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먼저 서식지를 옮기고 동물에 이어 인류도 서식지를 잃어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여겨진다.
기후위기 원인인 탄소 발생을 줄이는 생활, 안전한 삶이 절박해지고 있다.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지구 생태계와 건강의 관점에서는 나쁜 선택이다. 건물과 인간이 밀집된 대도시를 헤집고 다니는 차량은 대기 오염과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높은 빌딩과 부족한 녹지는 열섬 현상을 일으켜 도시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기온이 올라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량이 많아지고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이 같은 악순환 속에서 높은 가격의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도시는 찜통이 돼 가는데 내 방 하나 시원하게 만드는 만족을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료 서비스의 혜택으로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현대적 도시 생활이 가져온 만성 질환으로 늘어난 수명 동안 병에 시달리고 요양원에서 보내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이제 나와 인류를 위한 스마트한 삶이 필요하다. 스마트한 그린 도시와 건강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대도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 기회는 다른 곳에 있다. 우리가 떠나온 지방 도시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1960년대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시작되기 전 서울 인구는 250만명에 불과했다. 현재 서울 인구는 950만명을 넘어섰고 면적도 2배 가까이 넓어졌다.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으로 서울 인구는 더 늘지 않았지만 인천과 경기도 인구는 계속 증가해 1600만명을 넘었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5100만명)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선진국에서 100년이 걸리는 도시화가 30년 동안 진행된 까닭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며 지방은 소외됐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지방 소외에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가 겹치며 지방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덜 진행된 지방은 아직 많은 산림을 보존하고 있다. 지방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 도시로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 기술로 지방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도시로 발전시켜 우선 수도권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인생 이모작을 할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보나 자전거로 일상 생활이 가능해 최대한 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천의 물과 산림의 바람으로 대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낮출 수도 있다. 스마트 헬스 기술을 활용해 평상시에 건강검진을 하고 마을 주치의 관리를 받으면 만성 질환 없이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응급상황을 대비해 지역 거점 병원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만들고 의료시설을 공유하면 의료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환경과 건강이 산업이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대도시에서는 은퇴 후 일자리 없이 연금으로 아파트에서 생활하다가 요양병원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반면 지방의 그린 도시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해 환경과 건강을 개선하는 활동을 일자리로 만들 수 있다. 재생 에너지 생산, 친환경 에너지 절약 건축, 요양 마을, 교육 사업 등으로 많은 일자리는 물론, 활동 공간도 창출할 수 있다.
싼 값의 거주시설을 만들어 은퇴자를 유치하는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 은퇴자들이 경험을 살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은퇴자들이 특정 목적의 조합을 만들어 집단 이주하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다. 지방 정부는 이 같은 조합에는 낮은 금액으로 일정 기간 토지를 빌려줘 새로운 시도를 촉진할 수 있다. 조합이 주도해 조차지(租借地) 같은 마을을 만드는 방안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발상과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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