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도대체 어느 나라 부처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되살아나는 해운업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대한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성토가 예사롭지 않다. 공정위가 지난 5월 국내 해운선사 12개사 등 23개사에 2003~2018년 해운 운임 담합 혐의로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한 데 대한 비판이다.

가장 큰 불만은 소위 담합기간 동안 국적선사의 상황을 공정위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적선사 12곳의 컨테이너선 영업이익률은 2003~2018년간 연평균 -0.4%였다. 해운사의 영업손실은 업황 악화 뿐 아니라 고질적인 저운임 구조도 한 몫 했다. 해운시장에서 화주는 '슈퍼갑', 선사는 '슈퍼을'이다. 최근 물동량 증가로 운임이 치솟고 있지만 선사들이 언제든 출혈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해운법 29조에서 운임, 선박배치, 화물 적재 등 공동행위를 인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공정거래법 58조도 다른 법률에 따라 정당한 행위를 할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를 뒀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제재를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선 해운사들의 공동행위에 해운법을 우선 적용토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강행하면 중소선사는 도산할 공산이 크다. 제재를 받은 해외 해운사는 공정위 리스크에 국내 영업을 접을 수 있다. 운임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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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은 기업이 어려우니 법 위반을 눈감으며 봐주란 게 아니다. 공정위만의 원칙론을 내세워선 기간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 공정위는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다. 누구보다 시장을 잘 알아야 하지만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부처 맞느냐"는 공무원들의 말이 귓가를 맴도는 이유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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