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성 베이비부머 리포트 #1
'희생·엄마·아내' 떠오르게 하는 출생 코호트
알고보면 대한민국 근간 이룬 계층…경제·정치적 역할 커져

<순자씨: 1955년~1963년생 여성이라는 출생 코호트를 떠올리며 생각할 수 있는 막연한 이미지의 집합체이자, 동 시대 가장 흔했던 여성 이름 중 하나. 이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인물(persona)이다. 그 이전 세대지만 영화 ‘미나리’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연기한 배우 윤여정의 극중 이름도 김순자였다.>


[58년생 순자씨] 저학력·집안일에 포기했던 경제·정치활동…새 삶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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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세종), 이현주 기자, 손선희 기자(세종)] 여성 베이비부머 세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쉼 없이 뛰어왔지만, 그 흔한 ‘경력 증명서’ 한 장 손에 남기지 못했다. 반세기 이상을 순응의 세대로, 안타까운 희생의 아이콘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정치적 호오가 없고 나랏일에 각을 세우줄도 모르던 이 무색무취의 여인들은, 그러나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세상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 MZ 세대에 모두가 주목할 때, 아시아경제는 360만의 김순자들을 향해 조명을 켠다. <편집자주>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주변의 말, 물론 공감합니다. 60대인 지금이 삶을 새롭게 개척할 때라는 의미에서요."(김재희 시니어 전문모델)


"중년과 노년 여성들을 소외받고 도움이 필요한 계층으로만 볼 게 아닙니다. 어느 세대보다 일에 대해 강한 의지가 있고, 높은 집중력과 섬세함을 갖추고 있어요."(이도현 세종시니어클럽 관장)

한국 사회는 그간 ‘순자씨’를 유의미한 경제적·정치적 주체로 여기지 않았다. 특히 일자리 시장의 주요 참여계층이라는 수치상의 사실을 놓치면서, 주요 구직자로서의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 대비 여성의 기대여명은 6년이나 길면서도 근로·소득 기반은 부실하다. 학습 의지는 있었으나 배움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연금 가입이 가능하거나 증명서가 발급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던 탓이다. 이들에 대한 심도있는 정책적 변화가 절실한 것도 이 지점에서다.


데이터로 들여다 본 순자씨는 이들 세대에 대한 사회·정책적 관심과 별개로 경제활동에 대한 의욕이 매우 높았다. 아시아경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이하 2021년6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취업자와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의 합계) 1955~1963년 사이 여성 출생자는 198만5000명으로, 전체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364만4000명)의 54.5%에 달한다. 직업전선에서 대체로 물러나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 다르게 두 명의 순자씨 가운데 한 명은 경제활동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 '일하는 순자씨'는 동세대 남성에 비해 근로 근속기간이 짧은 일자리에 종사해왔다. 통계청이 매년 5월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올해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교적 정확히 수렴하는 55~64세 고령층 취업 유경험자(799만3000명) 가운데 여성(395만3000명)의 평균 근속기간은 11년6.1개월로 남성(404만1000명, 18년9.1개월) 대비 7년3개월 짧다. 한 일자리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여성(8.3%)은 남성(23.6%)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여성은 비슷한 비율(22.6%)로 한 일자리에서 5년 미만 근무했다고 답했고, 남성 가운데 5년 미만 근속한 경우는 9.7%로 집계됐다.


긴 근속기간이 곧 양질의 일자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이 세대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있었고 근속기간이 전문성 및 소득수준과 비례해왔다는 점을 볼 때에 베이비 부머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근로시장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동향 자료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의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순자씨' 세대 임금 근로자(125만8000명) 가운데 임시직(48만7000명)과 일용직(9만5000명)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비임금근로자 중에서 대부분은 나홀로 자영업자(28만3000명)이거나 무급가족봉사(30만1000명)로 일하고 있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만100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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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0대 후반에 접어들면 남성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지는데 여성들은 이런 남편을 도와 무급 가족 종사자로 근무할 가능성이 높고, 재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정식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 형식의 파트타임 일자리에 쏠려 있을 것"이라면서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뿐 아니라 일경험의 기회도 부족했던 세대"라고 설명했다.


[58년생 순자씨] 저학력·집안일에 포기했던 경제·정치활동…새 삶 '시동' 원본보기 아이콘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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