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절반, 이자 못 갚아…'울며 겨자먹기' 유예조치, 숨통만 붙여줄뿐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있는 4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가 휴일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중소기업 7월말 대출잔액 858조원
한 달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어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김효진 기자] #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요즘 대출금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이용해 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월세와 종업원 인건비로 대출금은 모두 썼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시중은행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6개월 정도 원금상환을 미뤘다. 그는 "금융지원 덕에 6개월간 원금 대신 이자만 내고 있는데, 연말부터는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하는데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다 하더라도 곧 금리도 인상된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회복과 부채 급등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지는데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취약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 권고에 따라 금융권이 원금과 이자상환을 미뤄줘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갈수록 빚은 더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 사이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취약해진 기업 수 역시 늘고 있다.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충당 못 해
12일 한은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대출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취약기업은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중소기업 1244곳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 비중은 50.9%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 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둘 중 한 곳 이상이 경영·재무상의 ‘낭떠러지’에 내몰려있는 셈이다. 이는 2015년 39.6%에서 5년 새 11%포인트 이상 확대된 것이다. 대기업(28.8%)에 비해 전반적으로 이자지급능력이 크게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갈수록 중소기업들의 대출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58조1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9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올 1~7월에만 54조원 가까이 불었다.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40.3%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이 금융 여력을 회복하려면 경영난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0.8%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5%)과 비교해 반 토막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중소 한계기업, 코로나19 피해가 여전한 자영업자들의 금융부담은 급속도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기업대출 금리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4일 1.086% 수준이던 금융채 AAA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기 시작한 지난 6월 1.3%대, 8월11일 1.581% 수준까지 뛰었다. 대출금리를 결정하기 위한 지표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뛰고 있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 금융지원, 한계기업만 늘려" 비판도
취약기업들은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위한 정부와 한은의 금융지원에 겨우 버티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시한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6개월 재연장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부담을 계속해서 미루는 것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을 강화하고, 취약기업 수를 줄이기 위해선 금융지원을 통한 이자비용 절감보다는 국내외 수요회복, 기업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매출 및 영업이익 개선이 더욱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만성적 부실기업이 구조조정 없이 명맥만 유지할 경우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오히려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기업지원 정책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나 회생가능성을 더욱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기업대출 담당 직원도 "유예조치가 끝나면 남은 대출기간에 안분해서 원금과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며 "정부나 한은이 아예 금리를 지원해 대신 부담해준 것 외에는 오히려 유예조치 후에 기업고객들의 금융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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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단순히 중소·자영업 대출을 연장해주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권이 기업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인상에 취약한 구조"라며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이 기업대출 상품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금리가 일정부분 이상 뛸 경우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되 은행이 가산금리를 더 받는 등의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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