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거리두기, 델타 방어에 '역부족'…"4000명대 확진 나올수도"
확진자 4명 중 3명은 '델타 감염'
환자 급증세에 의료붕괴 우려도
전문가 "집합금지 등 고려해야"
집단면역 접종률 90% 상향 목소리도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대치인 2223명을 기록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델타 변이가 전체 확산세를 주도함에 따라 유행의 양상이 달라진 만큼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로는 방역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하루 4000명 이상의 환자 발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전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는 물론 '록다운'까지 방역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4000~6000명대 확진자 나올 수도"= 이날 처음으로 20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한 달 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경고한 ‘8월 중순 2300명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파력이 더 센 델타 변이가 우세 변이로 자리 잡은 해외 다른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8월 1~7일) 코로나19 국내감염 사례 중 주요 변이 검출률은 75.6%로 조사됐다. 전체 분석 건수 3175건 중 2321건(73.1%)은 델타 변이 감염 사례였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2200명대 기록이 4차 유행의 정점은 아니고 현재로서는 정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이 넘는 영국과 같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6개월간 500~600명대가 이어졌음에도 정부가 경제를 이유로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았다"며 "한 달 이상 거리두기 4단계를 해왔지만 효과가 크게 없었던 만큼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 발생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자칫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73.6%,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62.8%다. 엄 교수는 "의료 현장에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며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의사 인력이 제한적이고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경우 선진국의 절반 정도의 인력으로 환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거리두기로는 역부족= 현재 수도권에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최고 단계인 4단계가 도입된 지 5주 차에 접어들었다. 비수도권 역시 바로 아래인 3단계가 3주째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행이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급격하게 확산 중이다. 방역당국 역시 이번 4차 유행이 앞선 유행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델타 변이의 특성상 이제는 비말 전파가 아닌 공기 전파에 가까워졌다"며 "마스크를 조금만 허술하게 착용하거나 벗는 단 몇 분 사이 감염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행 차단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백신 접종이고, 그다음은 거리두기 조치인데 이제는 거리두기만으론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강력한 방역조치에 대한 고민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김우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발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짧고 굵게 집합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 체계는 델타 변이 확산 이전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고려한 것으로, 접종률이 충분히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더해져 억제가 쉽지 않은 강도"라면서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록다운을 결정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정 수준의 사망자 발생을 감수하고 백신 접종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전국 1차 접종률이 40퍼센트를 넘어선 가운데 9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 반응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인구 70%’ 집단면역?… "접종률 더 높여야"=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유행의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진 만큼 집단면역 목표치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당국은 전체 인구의 70%인 3600만명의 접종이 완료될 경우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율 목표를 최대 90%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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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낮아진 배경은 바이러스가 약해진 게 아니라 고령층이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변이가 나와도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리두기가 함께 효과를 내려면 이제는 접종률이 90%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도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나 임상 양상을 보면 기존 접종 목표를 재설정해 85~90%까지 올려야 한다"며 "백신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 연내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그때까지 유행상황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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