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여가부 폐지론, 막으면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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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주장이 또 나왔다. 여가부가 젠더 이슈를 수단으로 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전체 정부 예산의 0.2% 정도를 사용하는 초미니 부서의 존재감이다.


어떤 관점이든 ‘여성’에 초점을 맞췄을 때 여가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남자들만 있던 자리에 속속 여자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당황스럽고 때론 화날 수도 있다. 여성이 남성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문제는 성별을 떠나 후기산업사회의 구조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취업활동을 시작한 여성들에게 젠더 폭력은 매우 위협적 요인이다. 어디를 가든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험을 남성은 하지 않는다.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낳게 되면 육아는 오롯이 여성의 몫이다. 경력단절은 ‘여성적’ 경험이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에 초점을 맞춰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대중은 그들의 선동에 호응할 수 있다. 그러나 젠더 폭력, 가족관계와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민법의 부계혈통주의, 여성만이 경험하는 독박육아ㆍ경력단절, 직장에서의 젠더 폭력)은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그런데 이게 논쟁의 끝인가.

여가부는 지금까지 얼마나 젠더 관점을 지켜주었는가? 정부정책의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정권의 성향에 따라, 그 정권의 캠프에서 보낸 장관의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한 양상은 없었나?


여가부 폐지 논의가 나오면 보수ㆍ진보를 가리지 않고 여성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그렇게 현재 모습 그대로 여가부를 지켜내면 그만인가. 여가부 말고도 성평등위원회를 만든다고 한 대통령의 공약이 날아가 버린 이유가 청와대의 변심에만 있나. 자리 나눠주는 걸로 따지면 여가부 말고 예산의 99.8%를 사용하는 다른 정부부처에서 캠프 참여 남자들끼리 더 심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여가부는 ‘캠프 참여 여성’에게 자리 나눠주는 부서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나. 여성운동의 가치를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나. 게다가 ‘가족’에 눈을 돌리면 여가부의 모습은 초라함 그 자체이다.


‘건강가정기본법’ 하나에 가족정책 주관부서로서 근거가 있다. 그러나 가족정책 관련 업무는 다른 부처에서 거의 다 한다. 돌봄지원은 고용노동부(육아휴직 등)와 보건복지부(어린이집), 교육부(유치원) 몫이다. 아동수당ㆍ육아휴직수당 등 돌봄비용 지원도 복지부와 노동부의 몫이다. 가족지원 사회서비스도 복지부 등이 주관부서이다.


가족정책의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흩어져 있는 정책 영역을 정비하고 주관부서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폐지 목소리에서 초라한 가족정책 주관부서 관련 내용은 찾기 어렵다.


여가부 폐지는 반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권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젠더 주류화 추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십조원 규모의 가족정책 영역을 주관할 수 있는 정부부처 재편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고민 없이 지금의 여가부를 그대로 둔다면 언젠가 또 ‘폐지 대 존치’ 논쟁만 반복될 것이다. 무엇을 원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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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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