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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댓글 폐지 1년]벌금 80만원뿐… 이젠 그마저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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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오지환 악플 기소
모욕죄 이례적 벌금 120만원
89%가 벌금형… 평균 89만원

전문가들 "처벌 늘려야 경각심"
규제없는 SNS·커뮤니티 이동
6개월뒤 정보 사라져 추적 불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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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저 년이랑 해외 놀러 다닌다고 전지훈련 못 간넘ㅋ"


이 댓글로 책임져야 할 무게는 벌금 120만원이었다. 법원이 지난달 선고했다. 피고인은 30대 A씨. 지난해 7월 프로야구 선수 오지환과 그의 아내 김영은씨 관련 기사에 이 댓글을 남겼다. 형법상 모욕죄로 기소됐다. 억울했던 모양이다.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댓글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판결했다. A씨는 불복했다. 항소장을 제출하고 현재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욕설 쓴 것도 아닌데 모욕이라고?

A씨가 법정에서 주장한 요지는 이랬다. '욕설을 쓴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 뿐인데, 어떻게 죄가 되느냐.' A씨 변호인도 "댓글이 오지환과 아내 김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다"며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 또한 조각된다"고 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 성립한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여기서 말하는 '모욕'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다만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1심 법원인 제주지법 형사1단독 심병직 부장판사는 A씨가 댓글에 쓴 표현이 사회상규를 위배하거나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보진 않았다. 남·여를 낮잡아 이르는 '놈'과 '년'이란 표현을 썼다고 모욕이 되진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댓글 중 '해외 놀러 다닌다고 전지훈련 못 갔다'는 허위사실이 문제가 됐다. 심 부장판사는 "댓글에 허위사실이 적시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형성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 평가를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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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원도 이례적… '사후규제' 강화해야

오지환의 법률 대리를 맡은 노기완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120만원도 이례적으로 많이 나온 벌금"이라고 했다. 그는 "악성 댓글에 따른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사건의 경우 대부분 벌금 50~70만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부터 1년6개월여간 온라인상 모욕 사건 1심 판결 376건을 분석한 결과 약 62%가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가운데 89%가 벌금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은 평균 89만원 수준이었다.

노 변호사는 "악플러들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선 처벌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처벌 기준 등 사후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악플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실현되기 어렵지만 사후적 처방은 가능하다"며 "결국 악플러를 처벌한 판례를 늘려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했다.


SNS로 갈아탄 악플… 수사 더 어려워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작년 8월 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하면서, 이 같은 사후규제는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악플이 최소한의 규제 장치도 없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이된 까닭에서다. 당장 SNS나 온라인커뮤니티상 악플은 수사부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노 변호사는 "회원가입 없이 댓글작성이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는 6개월 뒤면 IP정보가 사라져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SNS는 모기업이 외국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사 협조 자체가 어렵다. 수사 협조를 받는다고 해도 가입시 이메일만 기입하면 되는 특성상 인적사항 특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을 향한 악플은 쏟아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악플의 향연이 벌어졌다. 폐막을 이틀 앞둔 6일 현재까지 악플에 대한 고소 등 선수들의 법적 대응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박 교수는 "제도적으로 사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은 개인이 홀로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만큼 협회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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