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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산수(傘壽) 레저세'의 여정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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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의 시간’인 여름 휴가철이 한창이다. 레저(leisure)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인데, 자유 시간을 뜻한다. 스콜레는 학문적 토론이 행해지는 장소를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됐는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최고의 여가는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스콜레는 ‘자유로워지다’라는 뜻의 라틴어 리세레(licere)로 이어져 현재의 레저(leisure)가 됐다. 레저 활동은 고대에도 중요한 삶의 일부였고, 오늘날에도 일과 여가의 균형은 늘 강조되고 있다.


현행 지방세법은 ‘레저세’라는 세목으로 7개의 사행 산업 중 경마·경륜·경정 및 소 싸움 경기에 대한 투표권 발매금의 10%를 징수하고 있다. 레저 세액 30% 상당의 지방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 및 별도의 축산발전기금 등이 추가로 납부된다. 국가가 경마 등의 사행적 성격은 낮게, 오락의 효용은 높게 보아 제도권에 편입한 것이다. 소비 행위인 투표권 구입 행위를 담세력으로 보면서도 사행 행위 규제를 위한 죄악세적 성격을 가미했다.

반면 다른 사행 산업인 카지노업,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폐광지역 발전기금, 복권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이 부과된다. 레저세의 과세대상은 위경마·경륜·경정 및 소싸움 경기의 투표권 구입 행위가 된다. 납세지는 광역지방자치 단체인 시도인데, 장외발매소에서 발매한 투표권은 경기장의 소재지와 장외 발매소 소재지에 각 50%씩 납부하게 된다.


납부된 레저세는 장외 발매소 소재지의 기초자치단체들에도 그 1.5%가 징수 교부금으로 배분된다. 경마장 등을 이용해 법률이 허용하는 도박을 하는 국민은 지방세로 레저세 등을 납부하는 외에 국세로 입장권을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를, 투표권 적중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기타소득에 따른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레저세는 사행 행위 삼중과세 중 지방세의 맏형격인 셈이다.


레저세의 연혁은 지금으로부터 80년전인 1942년에 국세로 신설된 ‘마권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61년 제1차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단행된 전면적인 세제개편과정에서 지방세법이 제정된 이후 시·군세로 이양됐다. 이후 1988년 서울경마장이 과천시로 이전하면서, 경마장이 소재한 경기도 과천시에만 막대한 세수입이 귀속되자 특정 지방자치단체에만 세수가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역시·도세로 전환됐다. 1994년에는' 경주·마권세'로 개칭해 경륜·경정을 과세 대상으로 확대했고, 1995년부터는 장외 발매소가 소재한 시·도에도 세원을 일정 부분 안분하도록 했다. 2002년에는 넓은 세원 발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명칭을 ‘레저세’로 바꾸면서 소싸움의 투표권 구입행위도 과세대상으로 포함했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지방세통계연감'기준 전체 지방세 세수 약90조5000억원 중 레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9700억원, 1.1% 정도로 세수 비중은 높지 않다.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징수되는 등 약 10개의 경기장과 약 70개의 장외 발매소가 위치한 광역시·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세목이다. 반면, 울산·세종·강원·충북·전북·전남에는 레저세 과세대상 시설이 존재하지 않아 그 세수가 전무(全無)하다.

레저세의 규모는 적지만 특별한 성격으로 인해 다양한 제언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레저세는 그 명칭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마권구입 등과 같은 사행행위를 과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레저의 일반적 개념과 유리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차제에 세목의 실질을 반영해 ‘특수오락세’ 또는 ‘사행행위세’ 등으로 그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일한 사행 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카지노·복권·체육진흥투표권은 투표권 적중이나 입장 행위만 과세되는 것에 비하여 경륜·경정·경마행위는 사업장 입장, 투표권 구입 및 투표권 적중에 대해 삼중과세가 이뤄지는 규제의 차이도 개선을 요한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레저세 세수가 예년의 2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권 및 체육진흥투표권 등에도 레저세를 부과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사행 산업 간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관련 기금 등의 재원 조성 방안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사행 산업 과세체계의 개편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조세 제도를 통하여 사행 행위를 감소시킬 정책적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합법의 틀 내에서 경륜·경정·경마 행위 등을 허용하고 있는 이상 옥상옥(屋上屋)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올해로 팔순이 된 레저세 과제의 합리적 해결을 기대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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