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화학 사업 '빅딜' 등 M&A로 신성장 동력 발굴
'의리 경영' 포용의 리더십
취임 직후 M&A로 석유화학 사업 진출
태양광·수소부터 우주까지 미래 영토 확장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승부사, 안수합병(M&A) 마법사, 의리 경영, 휴머니스트, 포용의 리더십….’
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일컫는 수식어다. 이뿐만이 아니다. 뚝심의 경영자, 민간 외교관 등처럼 재계에서 김 회장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별명도 많다. 창업자 김종희 회장 타계 후 40년간 한화그룹을 이끈 동안 그에게 하나하나씩 붙여진 것이다.
김 회장이 내달 1일 취임 40주년을 맞는다. 그는 1981년 7월 아버지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했다. 당시 29세.
3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화그룹 매출액은 65조4400억원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1981년 당시 한국화약그룹의 총 매출액(1조1079억원)보다 약 6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그룹의 자산은 7548억원에서 217조원으로 288배 급증했다.
한화그룹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김 회장의 역할이 컸다. 김 회장이 취임 후 곧바로 단행한 일은 석유화학사업 진출이다. 1981년 한양화학(현 한화솔루션 케미칼 사업부문)과 한국다우케미칼을 한 번에 인수하며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이 주력 사업의 두 축이 된다. 김 회장은 1979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2차 유류 파동이 일면서 석유화학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영리하고 대범한 전략으로 미국 다우로부터 인수 대금 전액 분할 상환이라는 제안을 받는다. ‘승부사 김승연’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실제 인수한 회사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그룹이 재계의 한 축으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정아그룹(한화호텔&리조트) 인수였다. 1983년 9월 정아그룹 전체가 부실기업 정리 대상에 포함되자 1985년 김 회장이 주력사 6곳을 한 번에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 재계 순위 11위에서 5년 만에 7위로 부상했다.
한화그룹에서 중요하게 꼽는 M&A로 한화생명, 한화큐셀, 삼성과의 빅딜을 꼽는다. 한화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계열사 수를 37개에서 17개로 줄였다. 김 회장은 금융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대한생명을 인수했다. 2012년에는 독일 기업인 ‘큐셀’ 인수에 나선다. 당시 증권사 연구원들도 ‘매력적이지 않은 거래’라며 반대했으나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태양광 사업은 회사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인수를 단행했다. 태양광시장이 곧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인수 당시 적자에 공장 가동률도 20%대에 머물던 한화큐셀은 매출 규모가 4조원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과의 화학 사업 빅딜은 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M&A 역사에도 큰 이슈였다. 김 회장은 K방산, K에너지 사업을 위해 삼성그룹의 방산, 화학 4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당시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 인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등은 주력 사업인 화학부문과 미래 산업인 우주항공 분야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 때 김 회장의 ‘의리 경영’이라는 별명이 다시 회자된다. 삼성과 빅딜 후 한화그룹에 편입된 계열사의 임직원들 정년, 급여, 복지 등 각종 처우와 근로조건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화생명 우수 설계사들에게 포상으로 명품 가방을 선물한 일이나 그룹 임원들을 데리고 고급 의류 매장에서 직접 선물을 골라준 일화는 유명하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 임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한편 김 회장은 특별한 행사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 취임 40주년을 보낼 예정이다. 한화도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그룹차원의 이벤트나 행사 등은 준비하지 않았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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