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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국제경제의 패권적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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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국제경제의 패권적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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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경제 분야의 가장 유명한 이론이라고 평가받는 패권안정이론에 따르면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는 특정한 국가에 힘이 집중되어 있는 패권적 권력구조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패권안정이론의 발전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찰스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는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국제경제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패권국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영국은 패권국의 역할을 수행할 의지는 있었으나 능력이 부족했고, 미국은 능력은 있었으나 의지가 부족했다.


패권안정이론에 따르면 국제경제의 불안정과 혼란은 패권국의 부재 또는 패권국의 쇠퇴에서 기인한다. 1945년 이후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의 안정성은 미국 패권에 기초해 유지돼 왔기 때문에 미국 패권의 쇠퇴는 국제경제의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다. 즉 미국의 쇠퇴는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미국 패권의 쇠퇴를 가속화해 국제경제의 안정성이 침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은 경제적 규모가 상승하고 있지만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패권국의 부재에 따른 국제경제의 불안정성, 즉 비패권적 불안정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패권안정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의 존재가 국제경제체제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다. 하지만 패권안정이론은 패권국의 정책적 선호도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패권국의 정책적 선호도는 패권국이 국제경제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즉 패권적 권력구조에서 국제경제질서의 안정성은 패권국의 정책적 선호도에 달려 있다. 크게 보면 패권국의 정책적 선호도는 국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국제적 목적에 우선성을 둘 수도 있고, 국내경제의 안정성 유지라는 국내적 목적에 초점을 둘 수도 있다. 패권국이 국제적 목적보다는 국내적 목적에 우선성을 두고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국제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다. 즉 패권국의 부재에 따른 비패권적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패권국의 정책에 의해 불안정성이 야기되는 패권적 불안정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국제경제의 불안정성은 패권국의 부재에 의해서 초래된 것이 아니라 패권국인 미국의 정책이 야기한 측면이 크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각 국가들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시켜 주는 국제적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수행해 국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환율과 금융 불안정성 역시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서 초래됐다. 즉 패권국은 국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가라는 국제적 패권의 교체가 발생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패권경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제사회가 패권국의 정책적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제적 규칙과 제도를 마련해 패권적 불안정성을 방지하는 일이다.

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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