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되고 블랙핑크 안 되고?" '구멍 숭숭' 헬스장 방역지침에 외신도 조롱…업주들 '분통'
정부 "실내 헬스장 음악 속도 100~120bpm 유지" 지침에…'탁상행정' 비판
BBC 등 외신 "신나는 음악이 전염병 확산에 위험한 것으로 인식" 조롱
방역당국 "탁상행정 아냐…현장과 상의해서 만든 지침" 해명
일부 헬스장 업주, 14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시위에 동참할 계획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발라드 들으면서 어떻게 운동하냐', '러닝머신은 제한하면서 사이클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가운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의 일환으로 시행된 헬스장 방역지침을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점이 있으면 지침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헬스장 업주들은 "실효성 없는 방역수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안에 따르면 비말과 땀방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 헬스장에서의 음악 속도는 100~120bpm(분당 음악속도)을 유지해야 한다.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 이하로 제한하며 샤워시설 이용도 금지된다.
특히 이 가운데 음악 속도 제한조치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제 방역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 3~4회 헬스장을 찾는다는 30대 박모씨는 "예전엔 (헬스장에서) 보통 신나는 아이돌 노래나 댄스 음악을 틀었는데 갑자기 발라드가 나오니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며 "어차피 다들 이어폰 끼고 노래를 듣는다"고 현재 헬스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들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는 분위기에 적응돼있고 러닝머신 사이에 가림막도 설치돼있다"며 "마스크를 벗는 식당·카페보다 헬스장이 더 안전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헬스장 트레이너 A씨도 "비말이나 땀방울은 개인의 운동능력이나 호흡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며 "노래 속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방역)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방역조치는 외신에서도 조롱거리가 됐다. 1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No Permission to Danc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한국 방역당국이 특정 속도 이상의 음악을 실내 체육시설 내에서 금지하고 신나는 음악을 전염병 확산에 위험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인기 보이그룹 BTS의 신곡 제목인 'Permission to Dance'를 인용해 방역 조치의 실효성을 꼬집은 셈이다.
영국 BBC는 BTS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속도를 비교하며 "BTS 팬보다 블랙핑크 팬이 좀 더 괴로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BBC는 "BTS의 인기곡 '버터(Butter)'와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110~115bpm 사이로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안전하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곡들은 대부분 130bpm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모호한 방역지침에 비판이 제기됐다. 러닝머신은 시속 6㎞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면서 같은 유산소 기구인 사이클은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또 실내 헬스장 내 샤워실은 운영 금지이지만 수영장, 골프장 샤워실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데에도 형평성 논란이 나왔다.
서울 은평구의 한 헬스장 매니저 B씨는 "우리는 실내 (체육시설)이지만 샤워시설이 다 1인용이라 오히려 안전하다"며 "느린 노래 틀고 샤워도 못하게 하면 어떤 사람이 운동하러 오겠냐"고 따져 물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도 YTN '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서 보지 않는 이상 러닝하는데 6㎞로 뛰는지 7㎞로 뛰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떻게 일일이 우리가 확인하면서 단속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내 헬스장 방역조치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방역당국도 해명에 나섰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운동 속도 등이 과도하게 (제한됐거나) 또는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논의해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같은날 "현장 점검을 통해 점검 과정에서 이런 방역 수칙들이 안 지켜지고 있다든지, 지키는 게 어렵다는 피드백이 있다면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탁상행정이란 비판에 대해선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기존처럼 영업 시설들을 강제 운영 중단하거나 시간 제한을 두는 원칙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게 운영을 보장한다는 원칙 하에 현장과 상의해서 만든 지침"이라며 "관련 협회와 현장의 의견을 듣고 개발한 방역 수칙"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의 방역지침 개선 의지에도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 운영 업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샤워시설 운영 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의 방역조치가 헬스장 영업에 지장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수칙에 항의하는 의미로 14일 밤 11시 종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심야 차량 시위에 동참할 계획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은 "이번주부터 벌써 (헬스)클럽 이용객이 반 이상 줄었다"며 "더 이상 일방적인 피해만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는 반대한다. 수도권 집합금지로 피해 입은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을 조속히 집행해달라"고 촉구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