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이념으로 나뉜 유권자들…투표의 힘 학습하기 시작
분석 어려운 건 MZ세대…한쪽만 추종하지 않는 스윙보터

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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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통령 선거의 난장이 시작됐다. 내년 3월 대선 예측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지역감정부터 살펴보자.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실시된 대통령 직선제.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손맛'을 제대로 알려준 승부였다. 그때 나타난 영호남 지역 몰표. 국민 통합을 위해 타파해야 할 구태로 첫손가락에 꼽혔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지역감정 표출을 나쁜 선택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었다. 민주 선거가 정착되면서 특정 지역 집단이 더 영향력을 갖겠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 욕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조금씩 희석되곤 있으나 아직도 투표 행태 분석 요소 1순위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영민한 선거 전략가로 불린다. 1987년 대선에서 야당은 분열했다. 여당 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 야당은 DJ와 함께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출전했다. DJ는 ‘4자 필승론’을 내세웠다. 호남이 영남보다 인구가 적지만 단결하면 이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지역 유권자들에게 전략 투표를 노골적으로 주입시켰다.

영남을 배경으로 한 권위주의 정권의 피해자라고 느꼈던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 투표를 빠르게 습득했다. DJ의 호남 득표 결과는 놀라웠다. 광주 94.4%, 전남 90.3%, 전북 83.5%. 그럼에도 DJ는 3등에 머물렀다. 1997년 선거에서 DJ는 지역 연대의 범위를 넓혔다. 충청권 JP와 손잡고 대권 고지에 올랐다.


DJ 이후에도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 성향은 여전했다. DJ에 버금가는 동향 정치인을 찾지 못하자 외부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탄생한 주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감정의 쓴맛, 단맛을 모두 보았다. 여야 연합 정치로 영호남 통합을 해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호남 지역이 외로운 야당 세력권으로 떨어져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진보 정권이 승리했을 때는 영남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이 고립된 섬으로 변해 갔다. 오랫동안 권력의 중심축이었던 TK 유권자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그들 역시 전략 투표의 필요성을 체득하게 되었다.


5·6공 당시 집권 여당은 직능·이익 단체들을 엮는 데 정성을 들였다. 직업·종교·연령군. 몇 천 표라도 확실하게 가진 집단에는 반대급부를 주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택시기사들이 특히 대접을 받았다. 집단 표도 되고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구전 효과가 컸다. 세대별·남녀별 투표 성향은 현재보다 결집도가 약했다. 노인단체·청년단체·여성단체. 각 정당은 직능 집단 공략 수준에서 그들을 대했다. 단체를 이끄는 이들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발탁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세대 투표의 양상이 뚜렷해졌다. 수평적 여야 정권교체가 몇 번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은 진보·보수로 갈렸다. 연령과 이념으로 나뉜 유권자들은 뭉쳐진 투표의 힘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60대 이상은 보수, 40대는 진보, 50대는 중도 표심을 나타내고 있다.


분석이 어려운 대상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MZ세대(밀레니엄 세대+Z세대). 그들은 한쪽만을 추종하지 않는 스윙보터들이다. 특정한 이념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관심 있는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바꾼다. SNS를 통한 정치 이슈 전파에 능하다. 최근 이들 20·30세대가 손 들어주는 정파가 이기는 양상이 나타났다. MZ세대가 '캐스팅보터의 손맛'을 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전이 달궈지면서 여야 정당과 후보 모두 MZ세대를 잡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청년층을 잡기 위한 정책과 인사가 잇따른다. 그러나 선거판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전략 투표의 손맛을 이미 본 지역별 유권자가 있다. 그리고 보수·진보로 나뉜 세대별 투표층. 이들과 MZ세대를 3차원으로 엮어 해부해야 그림이 그려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젊은 세대의 지지로 당선됐다고 보는 것은 1차원적 분석이다. 높은 연령의 보수층, TK 지역 표심이 속내를 누르고 MZ세대에 동조한 점이 더 중요하다. 그들은 스윙보터 MZ세대, 중도층을 잡아야 자기들 편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호남과 40대 진보층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 양상이 돋보였다. 이제는 TK와 60대 이상 보수층도 전략 투표에 눈을 뜨고 있는 셈이다.


여야 양 진영은 더 이상 '호남 단결' '영남 집결'의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진보 대연합' '보수 총궐기'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문빠'와 '태극기 부대'를 향해 자제하라는 목소리가 각자 진영에서 표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반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다른 후보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면 이 지사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힘 주류 역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마뜩잖을 수 있다. 그래도 이기려면 참고 수용해야 한다. 당 안팎 출신을 따질 여유가 없다.


이 지점이 내년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양 진영의 강경 세력들이 얼마나 인내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 여권 후보 누구도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면 외면받는다. 야권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양측 후보들이 중도층을 향한 유연한 정책을 택하는 데 융통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감지한 후보들은 MZ세대로 대변되는 탈(脫) 이념층을 겨냥해 감각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여야의 핵심 지지자들이 전략 투표를 학습·인지한 상황에서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샤이 보수'의 실체를 가늠 못 해 혼선을 겪은 미국 대선 사례와 비슷하다. 소신까지 억누른 유권자들은 무섭다.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은 없다. 진영의 승리만 보고 나아간다. 후보들도 살얼음판을 걷는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퇴출당한다. 진영 내부건, 외부건 상대를 최대한 흠집내야 본인이 산다. '투표의 손맛'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그에서 파생되는 사생결단·이전투구 양상이 걱정된다. 나라를 조각낼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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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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