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창립 60년을 한해 앞둔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창립 60년을 한해 앞둔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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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대열 기자] 1962년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 기업으로 출범해 정유·화학사로 입지를 굳힌 SK이노베이션이 '탄소에서 그린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해 '그린' 자산 비중을 70%로 확대하기로 했다. 친환경 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에서 확보한 ‘1TWh(테라와트시)+α’의 수주 역량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삼고 미래 전략을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할 뜻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전 경영진과 국내외시장 관계자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스토리 데이’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스토리 데이는 2017년 혁신 방향을 첫 제시하고 2019년 실행 전략을 내놓은 데 이어 혁신 완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한 자리다. ▶관련기사 3면

이날 경영진이 밝힌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 스토리는 창립 60주년을 한 해 앞두고 탄소가 아닌 그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탄소에서 그린으로(Carbon to Green)'가 핵심이다.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과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며 온실가스 배출 제로(0)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 등 크게 3가지 전략을 통해서다.


그린 성장축의 핵심은 현재 1TWh 이상 수주 잔고를 쌓은 배터리 사업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미래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2017년 5월 당시 60GWh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130조원 이상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고속 성장을 발판으로 분리막과 폐배터리 재활용 등 연관 사업을 함께 키울 방침이다.

회사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은 폐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생산 체계로 전환한다. 이른바 '탄소를 그린으로(Green Transformation)'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등 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을 추진하고 탄소중립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No Footprint Left Behind)"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며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60년 정유사의 완벽한 녹색 변신…'C to G' 중심엔 배터리

SK이노베이션이 그룹 차원의 본업(本業)이라 할 수 있는 정유·석유화학 사업비중을 줄이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신규사업에 주력하기로 한 건 환경문제에 보다 빨리 대처해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석유를 중심으로 한 현재 사업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배터리사업의 경우 이제 막 시장이 커가는 단계인 점을 감안, 한발 앞서 대응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탄소 중심 사업과 친환경 사업의 자산비중이 7대 3 수준인데, 이를 완전히 뒤집은 3대 7로 만들겠다는 구상 역시 환경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밝힌 구상의 핵심은 ‘카본 투 그린’, 즉 현재 석유를 중심으로 한 탄소 다량배출 사업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대폭 확대해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심에 있는 건 배터리다. SK는 전기차 배터리 메이커로는 LG나 삼성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꼽히나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면서 내년 말께 글로벌 톱3로 올라설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이날 공개한 배터리 수주잔고는 1TWh+α로 금액으로 치면 130조원을 웃돈다. 이 정도 규모는 전 세계에서도 두 곳 정도에 불과한 만큼 세계 3위권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회사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는 연산 40GWh에서 2023년 85GWh, 2025년이면 200GWh로 늘어난다. 2년마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최근 포드와 합작공장을 만들기로 하는 등 당초 목표로 했던 수준보다 높였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도 빨리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히는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도 확대한다. 현재 연간 14억㎡를 생산해 글로벌 1위인데 2025년이면 이의 세 배 인 40억㎡로 늘리기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오는 2025년 EBITDA를 1조4000억원까지 키워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배터리사업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해 플라잉카·로봇 등 적용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아울러 폐배터리 재활용(BMR·Battery Metal Recycle), 배터리 생애주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바스(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사업도 키우키로 했다. 다 쓴 배터리에서 소재 등을 다시 활용하는 BMR 사업은 최초 리튬 채굴 때와 비교해 탄소를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회사는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 국내외 양산을 목표로 했다. 2025년이면 연간 30GWh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300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석연료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 SK이노 '그린' 전략의 핵심은 원본보기 아이콘


30兆 투자해 그린 자산 30→70%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간 기업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영리활동으로 환경이 나빠지는 데 큰 영향을 준 만큼 이를 해결하는 데도 기술·자본을 갖춘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꼽은 것도 향후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키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현 선대회장이 일군 사업이자, 그룹의 주력분야인 정유사업을 서브사업으로 바꾸겠다는 과감한 선언을 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별 유·무형자산을 보면, 석유나 화학·석유개발·윤활유 등 기존 탄소 기반 사업이 70%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신규 공장 등 배터리분야 투자를 늘리긴 했으나 배터리·소재분야 자산은 아직 30% 수준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기 위해 향후 5년간 필요한 재원 30조원은 외부 합작사(JV)나 인센티브, 기업공개(IPO) 등을 비롯해 기존 사업 지분을 팔거나 자산효율화를 통해 조달키로 했다. 30조원 투자는 이 회사가 지난 5년간 투자한 비용의 두 배다.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사업은 앞으로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분할키로 했다. 각 사업별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물적분할 방식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내 중간지주사로 SK에너지(정유)·SK종합화학(화학)·SK루브리컨츠(윤활유) 등을 자회사로 둔 사업형 지주회사다. 배터리사업은 직접 하는데 이를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김 총괄사장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둬 친환경사업 영역에서 연구개발과 신규사업 개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제2, 3의 배터리·분리막 사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년 이끈 정유·석화에도 ‘그린’ 입힌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close 증권정보 096770 KOSPI 현재가 119,600 전일대비 3,700 등락률 -3.00% 거래량 605,849 전일가 123,300 2026.05.19 15:30 기준 관련기사 주식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연 5%대 금리로 최대 4배까지 'SK이노베이션 E&S, 해킹 은폐' 의혹 제기에 "ESG보고서에 공표" 해명 [클릭 e종목]"SK이노베이션, 호르무즈 봉쇄로 기업가치↑" 은 지난 60년 동안 회사의 성장을 이끈 주축인 정유·석유화학 사업에도 ‘그린(친환경)’을 입힌다.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발언에서 그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경영진이 밝힌 첫 번째 전략은 폐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이른바 리사이클 기반의 화학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종합화학은 그동안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 기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연간 250만t)를 재활용하고 사용량 저감 및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 사장은 "SK종합화학은 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전체 1조1000억원 중 절반을 넘겨 기존 사업을 앞서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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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사업은 원유 정제, 트레이딩 및 석유개발(E&P) 영역 등에서 탄소 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전 사업장을 저(低)·탈(脫)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운영 최적화, 수요가 감소할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방식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석유 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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