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 참석,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나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 참석,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나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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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보도의 영역에서 ‘엠바고(embargo)’는 합의를 통해 기사를 내는 시점을 특정하는 일종의 약속이다. 통상 정부 정책과 관련해 보다 정확한 이해·심층적 분석·추가적 협의가 뒤따라야 할 때 ‘몇월 며칠 몇시’까지 관련 보도를 멈추기로 한다. 내용이 까다롭거나 민생과 가까울수록 독자의 ‘알 권리’와 언론의 ‘보도의 권리’ 보다 선순위에 ‘정확한 정보’를 둔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가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민들에게 지급하려는 재난지원금 관련 보도는 대표적 엠바고 상황이다. 기사들을 잘 살피면 당정 간 논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다가 특정 시점을 지나며 내용이 더 진전되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보도유예를 요청했고 언론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당정이 전체 추경 규모(33조원)와 대상자(소득하위 80%)를 결정했지만, 국무회의 의결 사항인데다가 대상자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이나 신청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보다 논의가 필요했으므로 이를 유예기간까지 어느쪽도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합의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약속된 엠바고의 파기인가하면 아니다. 이미 전날(29일) 복수의 여당 의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기 때문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경액(33조원)과 재난지원금 대상(소득하위 80%) 및 1인당 지급액(25만~30만원)을, 같은당 전재수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최대 900만원)을 공개했다. ‘소득하위 80%’를 구분할 기준이나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 간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리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여론은 벌써부터 시끌시끌하다. "내가 받을 수 있느냐"는 한 개인의 질문에 완벽히 답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을 뿐더러, 당내에서 지급 대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국회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정이 내용을 협의하고 보도유예를 언론이 수용해 성립된 것이 이번 추경의 엠바고라고 볼 때에, 약속이 깨졌을 때의 패널티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엠바고 파기 주체와 무관하게 일종의 실무자로서 빚어질 혼선에 대한 국민적 비난과 민원을 모두 껴안게 된다. 파기 주체가 언론사일 경우 기자단에서 일정기간 배제돼 유관 부처의 보도자료나 발표내용을 제공받을 수 없고, 기자실 출입 및 행사 참여도 금지된다. 유일하게 엠바고 파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곳이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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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 내용을 이미 보고 받았을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추경안이 공식안이라는 ‘절차에 대한’ 존중, 정부와 언론이 약속한 ‘엠바고’에 대한 존중이다. 29일 엠바고 파기로 보도에 혼선을 준 데 대해 전재수 의원은 기자단에 "미안하다. 실수다"라는 내용의 사과를 전해왔다. 앞선 추경 과정에서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추경안 수치를 사전에 발설한 뒤 "깜박했다. 실수였다"며 해명한 바 있어 기시감이 든다. 당정이 잠정 합의한 미완성의 결과물을 자기 진영의 공(功)으로 재빨리 갖다 붙여 민심을 살 요량이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수이자 오판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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