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감사원장 스스로 중도사퇴는 '전대미문' 상황일까
최재형 감사원장 스스로 물러나자 靑 "문민정부 이후 전대미문" 지적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9명, 양건 전 원장 사퇴 놓고 정치권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례에 비춰 볼 때 스스로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하신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의’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감사원장인 최 전 원장은 4년 임기 중 6개월을 남긴 채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는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놀라운 일을 의미한다.
청와대 설명에 대한 사실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감사원장 임기와 관련한 규정과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기용됐던 감사원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감사원장 임기는 헌법에 규정된 사안이다. 헌법 제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감사원장 임기 4년을 규정한 이유는 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감사원 조직의 권한과 독립성을 존중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문민정부 이후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감사원장으로 기용된 이는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다. 역대 정부는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해주려는 경향이 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감사원장으로 기용된 이는 이회창, 이시윤, 한승헌, 이종남, 전윤철, 김황식, 양건, 황찬현, 최재형 등 모두 9명이다. 이시윤, 이종남, 전윤철, 황찬현 등 4명의 감사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임기 4년을 채운 경우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19대 감사원장 임기 4년을 채운 이후 20대 감사원장으로 다시 기용됐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회창, 김황식 전 감사원장은 각각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케이스이다. 임기 4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 위해 감사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다.
황찬현 전 감사원장의 사례처럼 전임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원장의 임기를 뒤이은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보장해 4년을 채우고 물러난 경우도 있다. 감사원장이 본인 의지에 따라 임기 도중에 스스로 물러난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최 전 원장의 사례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 최 전 원장은 본인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선거 출마 등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감사원장 임기 도중 스스로 물러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감사원장 스스로 임기 중도에 사퇴한 것을 전대미문으로 볼 수 있는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용됐던 양건 전 감사원장 사례 때문이다. 양건 전 원장은 2011년 3월에 임기를 시작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8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건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로 교체되면서 중도 사퇴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윤철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라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자연스러운 교체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양 전 원장은 2013년 8월26일 이임사를 통해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양 전 원장이 밝힌 ‘외풍’의 의미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양 전 원장은 사퇴의 배경에 대해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지만 외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장 업무를 둘러싼 ‘외압’이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양 전 원장 퇴진을 본인의 선택이라고 바라본다면 임기 중에 스스로 중도 사퇴를 한 또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외압에 따른 결과물로 바라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역대 감사원장의 재임 기간과 물러난 배경 등을 종합해 볼 때 최 전 원장 사례처럼 정치적 목적이 중도 사퇴의 배경이 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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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 전 원장은 사퇴 배경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감사원장 스스로 임기 도중에 중도사퇴를 한 게 전대미문이라는 청와대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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