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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韓 첫 독자개발 우주발사체는 1950년대식 '구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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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시대 열리면서 우주 로켓에 관심 고조
한국 독자 개발 '누리호', 오는 10월 발사 성공 여부 주목
연료 및 분사 방식, 195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된 모델과 유사
"첫 독자 개발 한계, 산업 기반-신뢰도-개발 난이도 등 감안한 선택"

[과학을 읽다]韓 첫 독자개발 우주발사체는 1950년대식 '구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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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면서 우주 관광도 활성화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주 인터넷ㆍ6G 고속 통신망 등으로 저궤도는 수만 개의 위성으로 꽉 차게 되고, 달ㆍ화성에 도시가 건설될 날도 머지않았다. 때맞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뛰어든다. 오는 10월 첫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성공하면 전 세계 10개국만 가입돼 있는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린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발사체 개발을 제한해온 족쇄도 풀렸다. 이에 따라 우주 개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 손꼽히는 우주 발사체, 즉 로켓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최신형 로켓인 누리호를 둘러싸고 70년 전 기술을 채택한 ‘구닥다리’라고 폄하하는 시선도 있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


◇우주 로켓의 원리

뉴턴의 제3 운동 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원리’를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연료를 태워 발생한 가스를 분출하고 그 힘으로 지구 밖 우주로 날아간다. 문제는 지구의 중력과 발사체의 무게로 발생하는 엄청난 압력을 뚫고 대기권 밖으로 탈출하려면 어마어마한 속도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속도는 초속 11.2㎞에 달한다. 그만큼 강한 압력으로 추진제(연료+산화제)를 분사하려면 탱크도 두껍고 튼튼해야 해 추진력이 클수록 엔진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정밀한 기술도 필요하다. 1986년 1월28일(현지시간) 미국의 우주왕복선 첼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얼어붙은 고무링 때문에 배기가스가 새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한국이 러시아의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던 나로호 3차 발사를 연기했던 것도 로켓 최하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연결 포트의 ‘오링’에 문제가 생겨서였다.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주 로켓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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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로켓 과학자인 로버트 고다드는 1926년 액체 추진제 로켓 엔진을 이용한 발사체를 만들어 세계 최초로 비행 시험을 성공시킨 ‘로켓의 아버지’다. 그는 다양한 로켓 엔진과 발사체를 연구해 214개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현대 로켓 기술의 기초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로켓으로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당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진공 상태에서는 추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고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조차 무시한다"고 맹비난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미국 정부는 그의 사후인 1960년에서야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 유족에게 100만달러의 기술료를 주고 로켓 특허들을 인수, 이후 진행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발사 및 달 탐사 프로젝트에 활용했다. 독일의 로켓과학자로 2차 세계대전 당시 V-2로켓을 개발한 베르너 폰 브라운도 종전 후 미국에 투항해 NASA의 새턴 등 초기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등 주요 업적을 세웠다.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코롤료프는 옛 소련이 미국에 앞서가던 시기 R-7 등 다수의 우주 발사체 개발을 진두 지휘한 인물로 손꼽힌다.


◇우주 로켓의 종류

추진제별로 구분하자면 액체, 고체, 전기, 핵에너지, 빔 에너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고체 로켓은 저궤도용, 군사용으로 주로 쓰이고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 로켓이 우주 개발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구조, 즉 연료와 산화제를 어떤 방식으로 연소기에 보내느냐에 따라서는 가압식과 터보펌프식으로 구분한다. 가압식 로켓은 별도의 가압 장치를 장착해야 해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터보펌프식은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에서 연소기로 연결되는 부위에 터보 펌프를 장착해 압력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다시 ‘가스발생기 사이클(개방형)’ 방식과 ‘다단연소 사이클(폐쇄형)’로 나뉜다. 터보펌프를 작동하기 위해 주연소기 외 별도의 작은 연소기(예연소기)가 필요한데, 이 예연소기에서 발생하는 배기 가스를 외부에 배출하는 방식이 개방형 가스 발생기 사이클이고, 이 배기가스를 다시 주연소기에 보내 재사용하는 방식이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이다.


◇한국 기술은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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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산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KSLV-II)의 엔진은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쓰는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95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구닥다리 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은 옛 소련 시절에 개발된 게 맞다.


연소기가 발생시키는 압력이 100bar 수준에 불과해 더욱 진전된 방식인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200~300bar)보다 훨씬 떨어진다.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은 또 이른바 ‘두 번 타는 보일러’와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연료도 더 절약된다. 케로신을 연료로 쓰면 다량의 검댕이(soot)를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연료 추진제를 케로신이 아닌 다른 것을 쓰는 로켓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사가 스타십 프로젝트를 통해 액체메탄을 추진제로 쓰는 랩터 엔진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민간우주 업체 블루오리진도 2011년부터 액체메탄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인 BE-4를 개발 중이다. 한국도 이를 인식해 폐쇄형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2010년부터 이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2024년까지 기술 검증을 위한 시제품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그러나 2008년 개발이 시작된 누리호의 경우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KARI는 내년까지 2차례 발사되는 누리호 사업을 끝낸 후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첨단 기술들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승보 KARI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기획조정팀장은 "아무런 기술적 도움 없이 순전히 국내 기술로만 개발하면서 국내 산업 현황, 개발 난이도, 신뢰도, 비용 등을 감안해 개방형 가스 발생기 사이클 엔진을 선정한 것"이라며 "연료 효율, 추력, 비추력 등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개선한 상태이며 스페이스X가 상용화한 로켓 팔콘9호가 케로신을 사용한 멀린 엔진을 쓰는 것을 감안해 보더라도 단순히 연료 종류ㆍ분사 방식을 가지고 로켓의 기술력을 따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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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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