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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차 안에 폭탄, 실제상황이라 최면 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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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 조우진‥차에 갇힌 남자의 고군분투 스릴러
폐쇄공간 속 감정변화 보는 묘미 "인간 조우진 모습 많이 담겨"

영화 '발신제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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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자녀 등교를 도와주는 이성규. 바른은행 PB센터장인데 영업사원이나 다름없다. 아침부터 부은행장의 전화로 신경이 날카롭다. 애꿎은 부지점장에게 화풀이한다. 아이들 대화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운전대를 잡고도 고객 유치에 열중이다. 겨우 숨 돌리는데 처음 보는 스마트폰에서 벨 소리가 울린다.


"지금 당신 차 시트 밑에는 폭탄이 설치돼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 터집니다." 정중하게 무시하자 전화가 또 걸려온다. "지금 센터장님은 폭탄 위에 앉아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면, 펑! 폭탄 리모컨은 제 손에 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요?" "현금으로 9억6000만원 준비하시고요. 문자로 계좌번호 보낼 테니까 17억2600만원 이체하세요." "뭐?" "내리면 터지고, 경찰이든 뭐든 외부에 연락하면 터지고, 내 기분 더러워지면 터집니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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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은 자동차에 꼼짝없이 갇힌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릴러다. 원작은 다니 델 라 토레 감독의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 김창주 감독은 배경과 범행 동기만 바꾸고 그대로 가져온다. 다른 분위기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정도 성과는 있다. 배우들이 안정된 연기로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부각한다. 2008년 키코(KIKO) 사태다. 환율 급등으로 은행과 계약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사회드라마로 탈바꿈하는 중심에 조우진이 있다. 폐쇄 공간에서 한정된 움직임만으로 세 가지를 표현한다. 덫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가족애 회복,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다. 다양한 감정 변화까지 매끄럽게 연결해 이야기의 설득력을 배가한다. 가히 베테랑 배우의 원맨쇼로 완성한 성장드라마라 할만하다.


배우 조우진[사진=CJ ENM 제공]

배우 조우진[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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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흐름을 모두 이끌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실제 상황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최면을 걸었다. 뒷좌석에 아이들이 있고 다른 차에서 경적을 울리는데, 의자 밑에 폭탄이 있어 나갈 수 없다고. 강박관념이 생길 만큼 긴박한 상황을 떠올려야 표현이 가능할 것 같았다. 변주는 전적으로 김창주 감독에게 맡겼다. 편집 감독 출신이라 어느 지점에서 밀도 조절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매우 정확해 많이 놀랐다."

-가장 공을 들인 감정은?

"딸 이혜인(이재인)을 향한 부성애다. 딸을 키우는 아빠라 잘하고 싶었다. 이성규의 성장도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컷 수가 상당히 많다. 낯선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받는 단순한 장면조차 아홉 컷으로 구성돼 있다.

"긴박한 찰나를 세밀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사전에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 어렵지는 않았다. 김창주 감독이 표현할 감정도 명확하게 제시해줬다. 그런데 힘들어 보이긴 했나 보다. 동료 배우들이 매번 수고가 많다며 격려해줬다(웃음)."


영화 '발신제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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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구남로 질주 신이나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는 신은 꽤 위험해 보였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연기했나.

"뺑소니 신은 직접 운전했다. 두 번 이상 연기하면 곤란해 경찰관 맡은 무술팀 연기자와 여러 번 연습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구남로 질주 신은 무술팀과 번갈아 가며 운전했다. 해운대구에서 허락해 거리를 통제했는데도 위험했다. 어디서 행인이나 오토바이가 튀어나올지 몰라 군사작전 못지않은 리허설을 거쳤다. 정말이지,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운전까지 하면서 극한 감정을 자주 드러내기가 어려웠을텐데.

"그동안 연기하면서 이 정도로 감정을 끌어올린 적이 있나 싶더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고려해야 하니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 컷

영화 '발신제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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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은 첫 주연보다도 새로운 도전에 의미가 있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성규만큼 다양한 감정선을 가진 배역이 없었다.

"맞다. 시나리오를 받고 주연이라는 단어는 떠올리지도 않았다. 인간 조우진의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았다. 그게 너무 매력적이더라. 이성규가 되자는 마음뿐이었다. 시나리오 리딩 때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앞에서도 공언했다. ‘이 작품에 혼을 담겠습니다’라고(웃음)."


-예고편을 본 일부 누리꾼은 ‘내부자들’(2015)에서 연기한 조상무부터 떠올리더라. 오른팔을 잃은 안상구(이병헌)가 폭탄을 설치해 복수하는 거 아니냐며(웃음).

"그동안 죄를 많이 짓고 살았다. 조상무를 포함해 ‘강철비’(2017)의 최명록, ‘마약왕’(2017)의 조성강, ‘국가부도의 날’(2018)의 재정국 차관, ‘서복’(2020)의 안부장…. 아마 피해당한 주인공들이 범행을 공모한 게 아닐까. 전생에서 지은 업보는 다음 생에서라도 받는 법이니까(웃음)."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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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로 주목받은 뒤 5년 간 영화와 드라마 스물여섯 편에 출연했다. ‘자산어보’처럼 우정 출연한 작품에서도 상당한 분량을 책임진다. 쉬지 않고 촬영장을 누비는 이유가 있나.

"요즘 들어 건강 관리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모르겠다. 피곤할 때가 많은데 쉬고 싶진 않다(웃음). 매니지먼트에서 잘 조절한다고 생각한다. 휴식기를 오래 갖는다고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특히 연기로 받은 스트레스는 다른 연기에 몰두해야 해결되더라.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듯하다. 차근차근 밟아나가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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