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환지예정지 재감정 미실시… 손실 위험 적으면 배임죄 성립 안돼"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환지예정지에 대한 재감정 조치 없이 퇴사했더라도 손실 위험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지란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주들에게 돈 대신 개발 구역 내 다른 땅으로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9일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배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1년 경기 고양시 식사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대행사 대표로서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재감정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사임해 조합 측에 34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히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업 계획이 변경돼 환지예정지 가치가 오르면 상승분이 청산 절차에 반영되도록 재감정 및 환지계획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했지만, A씨는 이러한 작업 및 인수인계 없이 대표직을 사퇴했다. 해당 환지예정지를 사들인 A씨와 지인들은 토지를 돌려받아 이익을 보는 반면 조합 측은 가치상승액에 대한 청산금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조합 측이 이를 뒤늦게 알고 2016년 변경인가 절차에 나서면서 실제 손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감정 미실시를 비롯한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등으로 조합의 청산금 지급청구권 행사가 위태롭게 됐다는 위험이 직접적으로 초래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2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업 요지에 집중적으로 환지를 받은 본인과 친인척, 지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고 피해자 조합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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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합 측의 손실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죄에서 실행의 착수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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