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영화읽기]프로야구 도전 연장이 희망일까
영화 '낫아웃' 정재광, 프로야구 선수 꿈꾸는 고교생
감독에 바칠 뇌물 마련하려 범죄 가담…방황하는 청춘
흐리멍덩한 눈빛·멍한 얼굴 명암…성장 부각 덜해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광호.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자신한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은 아니다. 고교야구 결승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자기도취에 빠졌다. 프로구단 연습생 제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예상과 달리 스카우트들은 그를 호명하지 않는다. 광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원하는 대학은 친구의 진학이 내정됐다. 감독은 다른 대학을 알아보겠다며 친선 경기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라고 당부한다. 광호는 배트를 허공에 휘두른다. 그런데 낫아웃이 돼 얼떨결에 1루로 안착한다.
"네 멋대로냐?" "죄송합니다." "뭐 하자는 거야? 일부러 져주는 경기인지 몰라?" "일부러 못 죽겠어요." "야, 하나만 해. 자존심을 세우고 싶으면 자존심만 세우든가. 아니면 말을 잘 듣든가."
영화 ‘낫아웃’은 야구 너머 인생에서도 아웃당할 위기로 몰린 고교생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과 불합리한 사회를 고발한다. 광호는 감독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 손댄다. 불법 휘발유를 제조하고 절도도 시도한다. 배우 정재광은 절박한 마음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다. 그 역시 비슷한 고민으로 속앓이한 적이 있단다.
"연극영화학과 진학 준비 중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연기학원 선생님조차 기대를 안 하셨죠. 그때 마음이 광호 같았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죠. 그래서 매일 일기를 썼어요. 여러 감정이 담긴 대사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거든요."
흐리멍덩한 눈빛과 멍한 얼굴도 치밀하게 준비한 연기다. 범죄를 저지르는 광호가 비호감으로 보일 것 같아 자주 연습했다고. 득보단 실이 많다. 특수성이 부여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동질감을 주지 못한다. 시종일관 나타나 개인의 성장을 가리키는 지점도 모호하게 한다.
사실 광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소원했던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할 뿐이다. 4년제 대학에서 야구를 계속하지만, 프로야구의 문은 더 좁아졌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부름을 받은 대졸 선수는 열아홉 명. 고졸 출신 일흔아홉 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광호는 절도를 돕다 사고당한 친구 민철에게 죄책감도 떠안게 됐다. 아버지가 짊어진 채무 역시 부담이다.
그렇게 연장한 불투명한 도전. 배우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작품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다. 운 좋게 연기 활동을 이어가도 안락한 삶은 극소수만 보장받는다. 그래서일까. 정재광은 광호처럼 한 가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옹호하고 싶진 않아요. 세상에 야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요.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그렇게 고집하지 않았을 거예요. 모든 걸 혼자 이겨내야 했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죠. 할 수 있는 게 야구밖에 없잖아요.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 간절한 마음을."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공감의 기운은 광호의 대학 실기시험 신에서 처절하게 나타난다. 까다로운 방향으로 날아드는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트로 쳐 준 타구)를 잡으려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롱테이크로 찍혔다. 정재광은 이 장면을 위해 한 달 보름 동안 혹독하게 배웠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고. 지치고 괴로우면 속으로 광호의 말을 되뇌곤 했단다. 그가 ‘낫아웃’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